정부가 추진하는 탈탄소 정책에 기업들의 불만이 쏟아진다.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철강·정유·시멘트·석유화학 기업들은 정부 시나리오대로 감축을 진행할 시 2030년까지 배출권 구매 비용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업황 둔화와 내수부진, 관세 타격 등 대내외 악재로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이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NDC는 각국이 5년마다 수립하는 향후 10년간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다. 최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NDC를 확정했다.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감축안(50~60% 또는 53~60%)보다 상한선은 상향되고, 하한선도 높은 쪽이 채택된 강화된 방안이다.
여기에 제4차 배출권거래제를 계획한 기간(2026~2030년) 중 산업계에 배분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사전할당량이 제3차(2021~2025년) 때보다 18.6% 줄었다. 철강·정유·시멘트·석유화학 등 4대 업종 협회는 4차 계획기간 배출권 구매 비용이 5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해외는 탈탄소 속도조절에 나섰다. EU는 2035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신차 내연기관(가솔리·디젤) 판매 금지 규제를 완화하고, 2040년 탄소 감축 목표도 2030년 대비 90% 감축된 수준으로 조정했다. 미국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고, 2050년 넷제로 목표도 사실상 철회했다. 탄소 규제가 산업계를 압박하고 경기 후퇴 우려가 나오자 현실·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조정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를 두고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라고 밀어붙이고, 산업계에선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목표”라고 항변한다. ‘방향은 맞지만 추진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탈탄소 녹색대혁명 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 기술 전환 등 체질 개선을 위한 시간이 아직은 더 필요해 보인다. 배의 목적지를 정하는 것은 선장의 뜻이지만 결국 선원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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