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을사년(乙巳년) 건설·부동산 시장은 고금리와 자금 경색, 규제 강화가 동시에 작용하며 구조적 변곡점을 맞았다. 거래와 분양은 위축됐고, 개발과 건설 현장에서는 금융 부담과 리스크가 한꺼번에 부상했다. 그러나 올해를 단순 침체로만 규정하기엔 시장 작동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 분명하다. 이번 결산 특집을 통해 규제가 만든 시장의 틀, 그 안에서 선택된 호재 그리고 리스크가 촉발한 건설업 구조 전환을 차례로 짚는다.
초강력 규제 속에서도 올해 부동산 시장은 꾸준한 수요 이동이 이어졌다. © 연합뉴스
2025년 부동산 시장은 '강한 규제'와 '거래 위축'이라는 공통 환경 속에서 지역과 사업 유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전반적으로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모든 지역이 같은 속도로 식은 것은 아니었다. 같은 규제 아래에서도 일부 지역과 사업은 수요를 유지했고, 다른 영역은 빠르게 밀려났다.
차이를 만든 건 '호재 성격'이다. 올해 시장에서 작동한 호재는 많지 않았고, 그 기준도 분명했다. 단순 계획이나 기대감이 아닌 △이미 착공했거나 개통 시점이 명확한 교통 인프라 △공공이 일정 부분 관리하는 정비사업 등 확정 가능한 미래를 가진 영역만이 수요 선택을 받았다.
특히 교통 및 정비사업은 규제 환경에서도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은 축이었다. 대출과 거래 규제가 강화됐음에도 교통망 확충과 공공 정비사업은 '중장기 공급과 생활권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이 이어졌고, 시장은 이런 시그널에 선택적으로 반응했다. 규제 국면에서도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유다.
올해 교통 호재는 계획이 아닌 착공·개통 등 실행이 확인된 인프라만이 실거주 수요를 지탱했다. © 연합뉴스
◆GTX·철도망 등 계획 아닌 '확정' 위주 인프라 반응
올해 규제 환경 속에서 가장 뚜렷하게 작동한 호재는 교통 인프라였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이하 GTX) A노선 개통 기점으로 주요 정차역 인근 실거주 중심 수요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수도권 전체 거래량이 규제 이후 전년 대비 30~50% 감소한 것과 달리 GTX-A 정차역 인근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 감소 폭이 10~20%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GTX-B·C, 신안산선, 지하철 8호선 연장 등 후속 철도 사업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였지만, 분명한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단순 발표 단계에 그친 사업지는 시장 반응이 제한적이었던 반면, 착공이 이뤄졌거나 개통 시점이 비교적 명확한 노선 인근만 수요가 유지됐다.
업계에서는 "2025년 교통 호재 기준은 기대감이 아니라 실행 단계 여부"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교통 인프라가 수요를 지탱한 배경에는 '체감 가능성'이 있다.
GTX-A 개통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출퇴근 시간이 기존 대비 20~30분 이상 단축되며 생활권 변화가 현실화됐다. 대출 규제 및 금리 부담이 큰 상황임에도 이미 확인 가능한 시간 절감과 생활 편의는 실거주 수요를 붙잡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교통 인프라와 공공 관리 정비사업처럼 실행 가능성이 확정된 호재가 시장의 선택을 받았다. © 연합뉴스
◆정비사업, 완화 아닌 '관리 가능성' 문제
정비사업 역시 규제 속에서 선택적으로 작동한 대표 영역으로 꼽힌다.
서울 중심으로 신속통합기획 2.0이 적용된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는 장기간 정체된 행정 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 구역에서는 수년간 답보 상태였던 정비구역 지정이나 계획 변경이 올해 마무리되며 사업 가시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물론 모든 정비사업이 같은 흐름을 탄 건 아니다. 주민 갈등이 크거나 사업성이 과도하게 설정된 구역, 민간 주도 비중이 높은 사업지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규제와 금융 환경이 동시에 강화된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은 금융권과 시장 모두에게 외면을 면치 못했다.
수치로 보면 차이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공공이 일정 부분 관여하는 정비사업 구역에서는 규제 이후 거래 감소 폭이 20%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사업 구조가 불안정한 경우 40~50% 이상 거래가 줄어든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올해 정비사업 성패를 가른 기준은 '규제 완화 여부'가 아니라 '사업이 관리 가능한 구조인지 여부'였다는 게 업계 평가다.
규제는 시장을 억눌렀지만, 동시에 살아남을 수 있는 호재의 조건이 분명해졌다. © 연합뉴스
◆청약 시장이 입증한 '선별 효과'
이런 흐름은 청약 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규제 환경 속에서도 수도권 핵심 입지나 교통 호재가 확정된 단지는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두 자릿수 경쟁률이 유지되며, 규제 국면에서도 수요가 집중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이와 달리 입지와 사업성이 불분명한 지역은 분양가 조정, 계약 조건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미달과 미분양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수도권 외곽이나 공급이 집중된 지역은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거나 미달이 반복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는 2025년 시장에서 '싸다'는 이유만으로 수요가 움직이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이 커졌지만, 수요자들은 가격보다 실패 가능성이 낮은 선택, 즉 입지·교통·정책 지속성이 검증된 단지를 우선시했다.
결국 올해 부동산 시장에서 '호재'는 규제의 반대말이 아니다. 오히려 규제가 만든 틀 안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교통 인프라 및 공공 관리 정비사업이 선택받은 이유 역시 이들 영역이 규제 환경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중장기 공급과 생활권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5년은 호재가 사라진 해가 아니라 호재 기준이 달라진 해"라며 "과거처럼 기대감과 레버리지가 시장을 끌어올린 구조는 힘을 잃었고, 정책 지속성과 실행 가능성이 검증된 사업만이 수요를 유지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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