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표고버섯이 ‘국산’으로 둔갑해 수백 톤 단위로 전국 대형마트에 유통된 사실이 드러났다.
근로자들이 표고버섯 종균을 나무에 집어넣고 있다. 기사와 무관 / 뉴스1
집밥 반찬부터 국물 요리, 명절·제사 음식까지 두루 쓰이는 ‘국민 식재료’ 표고버섯이 대형 유통망을 타고 들어갔다는 점에서 소비자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경북 김천의 50대 농장주 A 씨는 중국산 화고를 들여온 뒤 국산으로 속여 판매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 11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고 뉴스1은 전했다. A 씨는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산 화고 915톤을 ㎏당 5500원에 사들인 뒤 국산과 섞어 팔아 28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문제는 국산으로 둔갑한 표고버섯이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거쳐 전국 대형마트로 유통됐다는 점이다. 지역 농협 측은 2020년 A 씨로부터 ‘허위로 판명되면 어떠한 법적 조치도 받겠다’는 내용이 담긴 자필 ‘원산지 증명서’를 받고, 김천 표고버섯 재배사를 방문해 확인한 뒤 로컬푸드 판매장에 입점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 씨는 수입 중국산 표고를 사들여 국산으로 속이고, 농협 유통망을 통해 대형마트에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 구조를 둘러싼 현장 설명도 나왔다. 지역 농협 관계자는 “농협은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위·수탁 판매한다”며 “대형마트의 경우 밴드사가 유통하는데, 밴드사가 농가에게 농산물 산지유통센터를 통해 납품하도록 요구해 대부분의 농산물이 이런 구조로 대형마트에 납품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들이 표고버섯 종균을 나무에 집어넣고 있다. 기사와 무관 / 뉴스1
이어 “대형마트는 45일 후 대금이 결제돼 농협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지만 납품확인증이 들어오면 납품 단가의 80%를 선지급하고 45일 후 밴드사로부터 대금을 결제 받는 구조”라며 “농협에서는 농가로부터 자필 ‘원산지 증명서’를 받지만 이 증명서를 공식적으로 발급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매체에 말했다.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표고버섯은 원산지 증명을 공식적으로 해주는 곳이 한곳도 없다. 이 때문에 전국 대형마트 등에서는 계약 시 생산자의 자필 ‘원산지 증명서’만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원산지 표시 기준 자체가 소비자 체감과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점도 논란의 불씨다. 2021년 개정된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요령에 따르면, 중국에서 버섯 종균을 접종하더라도 수확 전까지 국내 재배 기간이 하루라도 더 길면 ‘한국산’으로 표기가 가능하다. 즉 중국에서 표고 종균을 접종한 뒤 일정 기간 현지에서 관리하다 국내로 수입해 수확만 해도 국내산 표기가 가능한 구조가 될 수 있다.
표고버섯 / dear.id_official-Shutterstock.com
표고버섯이 ‘국민 식재료’로 불리는 건 사용 빈도와 범용성 때문이다. 생표고는 마트 장보기 단골 품목이고, 건표고는 잡채·갈비찜·전골·탕류처럼 ‘한 번 쓰면 맛이 달라지는’ 재료로 집에 상비해두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재료가 ‘국산’ 표시를 달고 대형마트까지 유통됐다는 건, 특정 소비자층이 아니라 거의 모든 가정의 식탁과 맞닿은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915톤이라는 물량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넓게 퍼졌는가”라는 질문을 곧장 불러오는 숫자다.
건강 이미지가 강한 식재료라는 점도 충격을 키운다. 표고버섯은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편으로 알려져 있고, 칼륨·비타민 B군(니아신 등) 같은 영양소를 포함한다. 또한 버섯류에 흔한 베타글루칸 계열 성분과 항산화 성분(에르고티오네인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소개된다. 햇볕(자외선)에 말리거나 노출한 표고는 비타민 D2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자주 언급된다. 다만 이런 ‘효능’은 식재료의 영양학적 장점에 가까운 이야기로, 이번 사안의 핵심은 건강 효과가 아니라 원산지 표시와 유통 검증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국산’이라는 라벨이 갖는 신뢰가 어떤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려면 단속뿐 아니라, 원산지 확인 절차를 서류 의존형에서 벗어나 추적·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보완하는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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