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의문의 비극…과 동기에 피살 '승승장구' MI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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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의문의 비극…과 동기에 피살 '승승장구' MIT 교수

연합뉴스 2025-12-21 11:54: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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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졸업자 총격범 네베스 발렌트, 존재감 없는 비사교적 성격

피살 루레이루 MIT 교수와 1995년 입학동기…친분 확인된 바는 없어

브라운대 집단총격 용의자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 브라운대 집단총격 용의자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

(프로비던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州)> AP=연합뉴스) 2025년 12월 19일(현지시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경찰국이 제공한 브라운대 집단총격 용의자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의 소습이 담긴 감시카메라 영상 캡처 사진. [AP를 통해 배포된 프로비던스 경찰국 제공 사진. 2025년 12월 13일 발생한 브라운대 집단총격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음. 그 밖의 모든 목적으로는 사용 금지. 송고 후 14일 이내에만 사용 가능. 크레딧 원문 유지 필수. DB 및 재판매 금지] 2025.12.21.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을 최근 떠들썩하게 했던 총격 사건의 용의자인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48)와 그에게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누누 루레이루(48)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인연은 대학 입학 30년만에 의문의 비극으로 끝났다.

두 사람이 대학에서 같은 학과 동기동창이었고 입학과 졸업도 동시에 했으므로 아마도 서로 아는 사이였을 공산이 큰 것으로 짐작되긴 하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으며, 이들 사이에 실제로 친분이나 교류가 있었다고 기억하는 주변 사람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용의자가 브라운대에서 총기난사를 한 데 이어 동창이었던 교수 친구를 찾아가 총격 살해하면서 범행 동기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 사람은 1995년 포르투갈 리스본 고등이공대 물리학과(대학 통합으로 현재는 리스본대 물리학과)에 입학해 2000년에 졸업한 동기동창생이었으며, 둘 다 수재였으나 성적으로는 네베스 발렌트가 앞섰다.

네베스 발렌트는 대학 입학 전 고등학생 시절에 국제물리올림피아드(IPhO)에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출전했으며 대학 졸업 전에 교육조교도 맡았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리스본대 물리학과 교수들과 동창들은 대체로 네베스 발렌트가 대학 시절에 뛰어난 학생이었으나 사회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고 존재감이 없는 성격이었다고 회고했다.

네베스 발렌트는 1999년에 고급 선택과목으로 조르즈 호망 교수의 양자장론 과목을 수강했다.

당시 수강생은 도합 15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WSJ 취재에 응한 호망 교수는 네베스 발렌트라는 학생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옛날 시험지와 과제물을 뒤져보고 나서야 그가 20점 만점에 19점이라는 매우 우수한 성적을 받았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총격사건 용의자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 총격사건 용의자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

(AFP=연합뉴스) 2025년 12월 18일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지방검찰청이 배포한 총격사건 용의자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48)의 사진. 그는 13일 브라운대 집단총격 사건과 15일 누누 루레이루 MIT 교수 피살 사건의 용의자이며, 18일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Photo by US Attorney Massachusetts / AFP)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지방검찰청 배포 사진. 크레딧 원문 그대로 표시 필수. 보도 목적으로만 사용 가능. 마케팅·광고 등 다른 목적 사용 금지. DB 및 재판매 금지] 2025.12.21.

현지 신문 푸블리코에 따르면 네베스 발렌트를 학부 때 가르쳤던 한 교수는 그가 수업 시간에 '대결적 성향'을 드러냈다며, 다른 학생들은 질문을 많이 했지만 네베스 발렌트는 답을 안다고 얘기하기를 좋아했다고 회고했다.

1997년 한 온라인 게시판에 네베스 발렌트의 대학 이메일 계정으로 올라온 게시물들에는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한 것으로 알려진 "아마도 오직 인간만이 웃는 이유를 내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오직 인간만이 너무나 깊이 고통받기에 웃음을 발명해야만 했기 때문이다"라는 경구가 붙어 있었다.

2000년 졸업 후 네베스 발렌트는 미국 브라운대 대학원 물리학과 박사과정으로, 루레이루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물리학과 박사과정으로 각각 진학했다.

네베스 발렌트는 브라운대에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친구들의 얘기다.

스콧 왓슨 시라큐즈대 물리학과 교수는 네베스 발렌트가 브라운대에 다닐 때 자신이 그의 사실상 유일한 친구였다고 회고했다.

왓슨 교수는 오리엔테이션 때 혼자 앉아 있던 네베스 발렌트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한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이 친해졌다며 학교 근처의 포르투갈 음식점에서 식사를 종종 함께 한 추억을 떠올렸다.

두 사람 모두 사교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누누 루레이루 MIT 교수 누누 루레이루 MIT 교수

(로이터=연합뉴스) 2025년 12월 16일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플라즈마과학·핵융합센터(PSFC)가 제공한 누누 루레이루 MIT 교수 겸 PSFC 소장의 사진. (Jake Belcher/Handout via REUTERS) [제3자 제공 사진. 크레딧 원문 유지 필수. DB 및 재판매 금지] 2025.12.21.

왓슨 교수는 네베스 발렌트가 인상적인 지성의 소유자였으나 브라운대에서의 생활에 갑갑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화를 냈다"고 회고했다.

네베스 발렌트는 수업이 너무 쉽고 대부분의 내용이 이미 아는 것이라며 불평하기도 했고, 음식이 맛이 없고 특히 품질 좋은 생선이 없다는 점에 짜증을 냈다고 한다.

성질을 다스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네베스 발렌트가 수업을 함께 듣는 다른 학생을 "노예"라고 불렀다가 격투가 벌어져 왓슨이 뜯어말리기도 했다.

네베스 발렌트의 브라운대 대학원 선배였던 벤 슈라그는 캠퍼스에서 가끔 그와 마주쳤는데 짜증스럽고 불행한 표정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물리학과 대학원생들은 모두 내향적 성격이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카를로스 비센테 푸에르토리코대 교수는 브라운대 물리학과 대학원에 다닐 때 이름이 비슷해 잘못 배달된 네베스 발렌트의 우편물을 받은 경우가 자주 있어 가끔 접촉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네베스 발렌트의 말투는 부드러웠고 위협적이지 않았으며 기억에 남을만한 일은 없었다며 "5, 6분 얘기하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게 되는" 인물이었다고 비센테 교수는 설명했다.

네베스 발렌테는 2001년 봄에 브라운대 대학원에서 휴학했으며 나중에 정식으로 자퇴했다.

한 대학 동창생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포르투갈으로 귀국한 후 통신업체에 취업해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추첨으로 미국 영주권을 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2017년 9월 미국 영주권을 받았고, 미국 이주 후 거주지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되어 있었다.

다만 최근 20여년간 그의 행적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루레이루 교수 추모 게시물 루레이루 교수 추모 게시물

(브루클라인 <미국 매사추세츠주> AP=연합뉴스) 2025년 12월 16일 누누 루레이루 MIT 교수가 살던 아파트 건물의 현관 창문에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의미로 창문에 촛불을 켜달라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AP Photo/Leah Willingham) 2025.12.21.

이런 동안 동기동창인 누누 루레이루는 승승장구했다.

리스본 고등이공대 졸업 후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박사과정으로 유학한 루레이루는 플라즈마 물리학과 핵융합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아갔다.

2005년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는 프린스턴대, 영국 원자력청 산하 핵융합에너지 연구소, 리스본 고등이공대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했고 2016년에 MIT 교수가 됐으며 2021년에는 정교수로 승진했다.

루레이루 교수는 2022년에는 MIT 플라즈마과학·핵융합센터 부소장이 됐고 2024년에는 소장직에 올랐으며, 올해 1월에는 뛰어난 소장 과학자들에게 수여되는 대통령상을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일부 동창생들이 언론 취재에 응하면서 네베스 발렌트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루레이루의 성공적 커리어를 부러워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짐작을 내놓기도 했으나, 현재로서는 구체적 근거가 전혀 없는 막연한 추측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두 사람이 대학 시절에 친분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 친분이 과연 있긴 했는지를 아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있고, 또 졸업 후에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조차 알려진 단서가 전혀 없다.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루레이루 교수의 친한 친구들은 수사 당국이 루레이루 피살 사건 용의자의 신원을 18일에 발표하기 전까지 네베스 발렌트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수사당국 발표에 따르면 네베스 발렌트는 13일 오후에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소재 브라운대 교내 '배러스앤드홀리' 건물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해 2명을 숨지게 하고 9명에게 총상을 입혔다.

그는 렌터카를 타고 도주했으며, 이틀 후인 15일에는 북쪽으로 약 80㎞ 떨어진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 소재 3층 아파트 건물의 현관에 나타나 여기 살던 루레이루 교수를 총으로 쏘고 또다시 도주했다.

수사당국은 두 사건의 용의자를 네베스 발렌트로 특정하는 데 성공해 추적했으나 그는 뉴햄셔주 소재 보관시설 내에서 18일 저녁 시신으로 발견됐으며, 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당국은 그의 사망이 확인된 후에야 18일 밤 기자회견을 통해 용의자 신원을 공개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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