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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TF에서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 대를 보급하고 온실가스 518만t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오늘은 앞으로 늘어날 히트펌프에 대해 알아보시죠.
◇버려진 열 되살려 사용…극한 기후 속 친환경 냉·난방 실마리
‘히트펌프’란 공기나 땅, 물 등 주변의 열을 끌어와 난방이나 냉방에 사용하는 장치입니다. 연료를 태우지 않아서 이산화탄소의 직접적인 배출이 전혀 없다는 장점이 있죠. 지열 냉난방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히트펌프 사례입니다. 열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절반을 차지하고 생산의 상당 부분을 화석연료에 의존해서 탈탄소화가 시급한 분야 중 하나입니다. 땅속 온도는 대기보다 변화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합니다. 히트펌프는 온도 차이로 냉난방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화석연료 난방을 대체할 친환경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히트펌프는 보통 △압축기 △증발기 △응축기 △팽창밸브로 구성됩니다. 난방용 히트펌프는 압축기에서 고온·고압으로 압축된 냉매를 기화시킨 뒤 응축기로 보내 높은 온도의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냉방용 히트펌프는 반대로 작동합니다. 응축기는 증발기로, 증발기는 응축기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응축된 냉매가 더운 외부 공기와 열을 교환해서 공간을 시원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생긴 열 에너지는 가스보일러나 전기히터에 비해 효율성이 높고 화석연료보다 탄소배출이 적습니다. 하지만 지열·수열 기반의 히트펌프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공기열 히트펌프는 겨울철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선진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히트펌프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히트펌프는 스위스와 독일, 프랑스 등 여러 유럽 국가에 빠르게 보급되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에서는 2021년 히트펌프 판매량이 1년 전보다 28%나 증가했습니다. 독일 연방통계청은 2021년 완공된 신축 건물의 절반 이상(50.6%)이 히트펌프로 난방을 해결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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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의 열쇠 된 히트펌프, 2035년까지 350만대 늘린다
우리 정부도 히트펌프를 적극 보급한다는 계획입니다. 기후부는 지난 10월 출범 이후 열에너지 산업의 효율화와 탈탄소 전환을 총괄하는 열산업혁신과를 신설했습니다. 화석연료 중심의 난방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곳에서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죠.
정부는 먼저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히트펌프 보급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태양광이 설치된 단독주택에 히트펌프 설치를 지원하고 마을회관 등 공동시설에 태양광과 히트펌프를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목욕탕, 수영장처럼 난방과 급탕 수요가 높아 에너지 소비가 많은 업종 역시 지원을 강화합니다. 정부는 이들 업종을 대상으로 히트펌프 설치비와 장기저리 융자를 지원하고, 공공시설에 히트펌프와 태양광 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건물자립형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합니다. 당장 설비를 들일 수 없는 제조업체나 에너지플랫폼 회사를 위해 장기분할상환요금제의 도입도 검토됩니다. 장기분할상환요금제는 히트펌프를 일정한 기간에 빌리고 대여비와 관리서비스 이용료를 지급하는 일종의 구독서비스입니다.
민간 참여를 이끌 인센티브도 더해질 예정입니다. 기후부는 유럽연합이나 일본처럼 공기열을 재생에너지 종류 중 하나로 포함할 수 있도록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택용 누진제 적용에 따른 요금 급증을 걱정하는 소비자를 위해 공기열 히트펌프도 지열 히트펌프처럼 별도의 요금 선택을 허용하는 방안을 함께 제시했죠.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건물부문 탄소중립은 시대적 소명으로 이번 대책이 건물부문 탈탄소 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탈탄소 전환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모두 고려한 열에너지 전반의 청사진을 마련해 국민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계획이 일상에 어떻게 자리 잡을지 ‘알쓸기잡’에서 계속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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