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소버린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경쟁 주체로 평가되고 있다.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라는 기존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이퍼스케일러와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AI 시대에 필요한 필수 인프라를 제공하며 기업과 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의 수석 컨설턴트 에드윈 린은 최근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통신사들의 전략 변화를 조명했다. 그는 APAC 통신사들이 하이퍼스케일러와 경쟁하는 대신, AI 시대에 요구되는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전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AI 도입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드윈 린은 싱텔과 차이나텔레콤, SK텔레콤을 대표 사례로 들며, 이들 통신사가 각국의 데이터 정책과 산업 환경에 맞춰 소버린 AI 경쟁력을 축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통신사, '소버린 AI 시대' 인프라 제공자로 역할 확대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은 자회사 NCS를 통해 기업 대상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또 다른 자회사 Nxera를 통해 AI 최적화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Nxera는 단순한 데이터센터를 넘어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설계를 적용한 플랫폼으로, APAC 전역의 하이퍼스케일러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저지연과 고밀도 컴퓨팅 환경을 제공한다.
이 플랫폼은 하이퍼스케일러와 직접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기업들이 AI를 도입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반 환경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신사가 AI 인프라 제공자로서 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중국 차이나텔레콤은 AI 내장형 네트워크 전략을 통해 통신 인프라의 활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차이나텔레콤의 플랫폼 ‘시랑(Xirang)’은 1770억 파라미터 규모의 대규모 언어 모델을 약 500km에 달하는 통신 인프라 전반에 분산 배치해 운영하는 구조다. 이는 GPT-3.5의 1750억 파라미터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시랑은 1024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구동되며, 데이터 소버린을 유지한 상태에서 스마트공장과 스마트시티, 산업 자동화를 가능하게 한다. 해당 플랫폼은 중국 국가 초고속 컴퓨팅 네트워크의 일부로, 인공지능을 중앙 집중형 자원이 아닌 분산형 유틸리티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활용 사례도 제시됐다. 분자 시뮬레이션에 시랑을 적용한 한 바이오 스타트업은 기존 3개월이 소요되던 작업을 하루로 단축하는 성과를 냈다. 통신 인프라와 AI 결합이 산업 현장의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 대표 주자로 거론했다. 에드윈 린은 SK텔레콤이 기업을 대상으로 소버린 AI 클라우드와 서비스형GPU(GPU-as-a-Service)를 구축하며 차별화된 전략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핵심 워크로드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면서도 제조와 금융,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AI 도입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인프라를 직접 소유·운영하는 구조를 통해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하고, 하이퍼스케일러 중심으로 재편되는 AI 시장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확보한 사례로 언급됐다. 소버린 클라우드는 국내 데이터 정책에 부합하고, GPUaaS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평가다.
◆ K-AI 참여, SKT…연내 초거대 모델 'A.X K1' 공개
북미 무선통신 전문 매체 RCR 와이어리스 뉴스도 통신사의 AI 사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매체는 통신사들이 단순 네트워크 제공자를 넘어 기업용서비스형AI(AI-as-a-Service) 시장의 주요 사업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보유한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비용 구조를 구축할 수 있고, 데이터 주권을 중시하는 규제 산업 기업들에게 로컬 인프라 기반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또한 통신사들이 다양한 AI 벤더를 사전 검증하고 큐레이션함으로써, 기업 고객의 기술 선택 부담과 운영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오랑주와 SK텔레콤이 GPUaaS와 맞춤형 LLM 솔루션을 통해 의미 있는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SK텔레콤은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연내 매개변수 5000억개 이상의 초거대 AI 모델 ‘에이닷엑스 케이원(A.X K1)’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국내 AI 모델이 수십억~수백억개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해 한 단계 도약을 시도하는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SK텔레콤 컨소시엄에는 크래프톤과 포티투닷, 리벨리온, 셀렉트스타, 라이너 등 각 산업 분야 기업들과 서울대·KAIST 등 국내 주요 대학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게임과 자동차, 반도체, 데이터, 검색, 멀티모달 AI 등 각자의 전문성을 결집해 초거대 AI 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다.
컨소시엄은 한국어 처리 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목표로 하면서, 다국어 지원과 멀티모달 기능을 갖춘 차세대 AI 모델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이끌고, 글로벌 AI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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