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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는 지난 10월 23일 방글라데시 출신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적 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비자없이 입국이 허용되는 한시적 사증면제(B-1) 체류자격으로 처음 한국에 들어왔다. 체류기간이 만류된 뒤에도 머물렀다가 자진 출국한 후 일반연수(D-4) 체류자격으로 재입국했다. 이후 한국인 B씨와 혼인신고해 결혼이민(F-6) 체류자격으로 거주하던 중 간이귀화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A씨가 범죄 및 수사경력이 있어 국적법상 ‘품행 단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귀화를 허가하지 않았다. 국적법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외국인의 법령 위반행위 경위·횟수 △법령 위반행위의 공익 침해 정도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한 정도 △인도적인 사정 및 국익 등을 고려해 품행 단정을 평가한다.
조사 결과 A씨는 소년 시절 특수절도, 장물알선, 무면허 운전 등의 총 5차례의 범행을 저질러 보호처분 등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의 종업원이 무면허 운전을 한 데 대해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했다는 이유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도 드러났다.
A씨는 법무부 결정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년보호 처분 전력은 청소년기의 우발적 행위에 불과하며, 벌금형 역시 양벌규정에 따라 법률을 위반한 종업원이 속한 개인이나 법인에 형법상 책임을 묻는 것 뿐이라는 주장이다. 한국 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품행 단정’ 요건을 충족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삶의 기반이 이미 한국에 형성돼 있는 만큼 자신이 입게 될 불이익이 크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법무부 처분이 사실에 기반했고,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는 특수절도,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 운전) 등의 범행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며 “대부분의 범행 당시 소년이었던 점, 벌금형 전과는 도로교통법상 양벌규정으로 처벌받은 것인 점 등을 고려해도 법령 위반행위의 위법성 정도나 비난가능성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는 간이귀화허가를 신청하면서 신청서에 범죄 및 수사경력,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법 위반 사항이 있음을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며 A씨가 향후 대한민국 법체계를 존중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귀화허가신청은 횟수나 시기 등에 제한이 없기에 A씨로는 자신의 품행이 단정함을 소명해 다시 귀화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며 “이 사건 처분이 A씨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이미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을 취득해 국내에 적법하게 체류할 수 있다고 봤다.
국적법상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이 벌금을 납부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품행 단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데, 재판부는 A씨가 벌금을 납부하고 5년이 지나지 않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국적법에 따라 귀화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귀화를 허가할 수 없으므로 타당한 결정이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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