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코앞인데'…산청 산불·집중호우 이재민 '혹독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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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코앞인데'…산청 산불·집중호우 이재민 '혹독한 겨울'

연합뉴스 2025-12-21 08:2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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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167명 경로당·모텔 전전…비용 부담에 주택 신축 '지지부진'

임시주거시설 제공 등 지원은 '역부족'…군 "항구적 복구 행정력 집중"

토사에 휩쓸린 산청 마을 토사에 휩쓸린 산청 마을

[연합뉴스 자료사진]

(산청=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지난 3월 대형 산불에 이어 7월에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까지 덮치며 삶의 터전을 잃은 경남 산청군의 이재민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계절이 두 번 바뀌고 해가 저물어가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그들에게 새해 희망은 요원하기만 하다.

21일 산청군에 따르면 자연재해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은 산불 피해 6가구 8명과 집중호우 피해 88가구 159명 등 총 94가구 167명에 달한다.

지난 3월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9개월째 임시주거시설인 시천면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별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당시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 주택 복구가 시작됐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산불 피해 주택 복구 대상 26가구 중 신축하거나 완료한 가구는 일부에 불과하다.

8가구는 아직 복구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고, 2가구는 미정이다.

지난 7월 쏟아진 집중호우로 발생한 이재민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피해 규모가 큰 탓에 159명에 달하는 주민이 뿔뿔이 흩어져 지내고 있다.

한국선비문화연구원(11명)이나 친척 집(11명), 월세(38명)를 구한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절반이 넘는 50가구 99명은 여전히 모텔이나 경로당, 공공임대주택 등을 전전하고 있다.

수해로 완전히 파손된 주택만 149가구에 이르지만 복구는 하세월이다.

신축을 희망하는 40가구 중 실제 사용 승인이 난 곳은 단 1곳뿐이다.

특히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된 금서면 상능마을과 율현마을 등 17가구는 장기 신축 대상으로 분류돼 집단 이주가 추진되고 있다.

부지 선정부터 행정 절차, 공사까지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고령의 이재민들은 "살아서 새집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아직 거취를 정하지 못한 '미결정' 가구도 62가구나 돼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복구가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재민 고령화와 높은 비용이다.

군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집을 새로 짓는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며 "지원금을 최대로 받아도 1억원 남짓인데 최근 건축비가 올라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살던 낡은 주택은 재산 가치가 낮았는데 새로 지으려면 목돈이 든다"며 "여생을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하니 선뜻 신축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산청 집중호우 복구현장 산청 집중호우 복구현장

[경남 산청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7월 호우 당시 큰 피해를 본 신안면 등 피해 현장 일대는 곳곳에 집중호우 당시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큰 피해를 본 집의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옹벽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운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을을 잇는 일부 다리는 여전히 끊긴 상태로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수마가 할퀴고 간 하천 제방은 여전히 뜯겨나간 상태고,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쌓아둔 검은 흙포대만이 위태롭게 제방을 지탱하고 있다.

산사태 당시 굴러내려 온 바위와 토사가 논밭을 뒤덮은 채 방치된 곳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민들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집을 잃은 일부 주민은 경로당에서 새우잠을 자거나, 주택 도배 등 응급처치만 한 채 거주하고 있다.

수해 당시 집이 침수된 신안 외고마을 양현석(65) 씨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우리 집과 축사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며 "다행히 위치가 고지대라 집이 토사에 휩쓸리는 상황은 피했지만, 한동안 수습하느라 속이 타들어 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인근 마을은 집이며 축사, 비닐하우스가 싹 다 떠내려가 마을 자체가 사라진 수준"이라며 "자연재해라 어쩔 수 없다지만 무너진 마을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덧붙였다.

산청군은 이재민들 고통을 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역구호센터를 통해 임시주거시설을 제공하고, 1일 숙박비(7만원 한도)와 급식비(1식 9천원)를 지원하고 있다.

추석에는 배 117상자를 전달했고 혹한기를 대비해 최근 방한용 경량 패딩 조끼 159벌을 지급하기도 했다.

산불 피해 이재민의 구호 기간은 내년 3월, 호우 피해 이재민은 내년 1월까지로 설정돼 있다.

군은 주택 신축 등으로 이주가 완료될 때까지 구호 기간을 연장할 방침이지만 이재민들이 겪는 상실감과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군 관계자는 "산불과 호우라는 연이은 재난으로 많은 군민이 고통받고 있어 안타깝다"며 "특히 산사태 위험 지역의 이주 대책 등 항구적 복구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겨울철 이재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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