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이라 발리 숙박 후기, 혼자여서 더 좋았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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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메이라 발리 숙박 후기, 혼자여서 더 좋았던 이유

바자 2025-12-21 08:00:00 신고


SLOW ESCAPE


프라이빗한 낙원, 주메이라 발리에서 홀로 경험한 발리의 모든 것.


마자파히트 제국을 모티프로 한 주메이라 발리의 입구.
마자파히트 제국을 모티프로 한 주메이라 발리의 입구.

서울은 겨울로 접어드는 추운 계절이었고, 발리로 떠나기 직전 매일이 촬영의 연속이었다. 덴파사르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느껴지던 습하고 따뜻한 공기. 생에 첫 발리에 도착했다는 설렘과 묘한 해방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그 감정을 안은 채 이번 여행의 목적지이자 나의 집이 되어줄 주메이라 발리(Jumeirah Bali)로 향했다. 공항에서 리조트로 이동하는 40여 분의 시간 동안 차 밖 풍경은 점차 열대 섬의 정서로 바뀌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발리를 대표적인 커플 여행지로 떠올리지만, 이동하는 동안 풍경을 바라보며 혼자 머무르기에 더 완벽한 곳이라 생각했다. 오롯이 혼자일 때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소리,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를 체감하며 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백이 느껴졌으니. 이 생각은 리조트에 도착해 체크인 후 온전한 ‘나의 공간’을 즐기며 더욱 확실해졌다.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유리 슬라이딩 도어 너머로 프라이빗 풀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저녁 식사 후 돌아온 시간이 이미 밤 9시가 넘었음에도, 망설임 없이 몸을 물속에 맡겼다. 주변은 작은 정글처럼 고요했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와 거대한 침대에 누운 순간, 서울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완전한 정적과 편안함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발리 전통 건축 양식을 느낄 수 있는 객실 내부.
발리 전통 건축 양식을 느낄 수 있는 객실 내부.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리조트 탐방에 나섰다. 총 123개의 프라이빗 빌라로 이루어진 주메이라 발리는 남서부 울루와투 해변가에 자리하고 있다. 리조트는 인도네시아 역사의 황금기로 꼽히는 마자파히트 제국을 모티프로 한다. 그래서일까. 리조트를 거닐다 보면 시간의 결이 다른 고대 유적지를 탐험하는 기분이 든다. 건축과 인테리어 요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디테일이 분명해진다. 나무, 돌, 라탄 등 지역 재료를 중심으로 자연과 건축이 이어지도록 설계된 구조 덕에 리조트 안에서만 머물러도 ‘발리를 충분히 경험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감각적인 완결성을 보여줬다. 이곳이 단순한 휴식의 공간을 넘어 머무는 사람들이 현지 환경에 더 깊게 연결되기를 바라는 철학을 품고 있다는 건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 철학은 리조트 내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신 시설을 갖춘 피트니스센터를 시작으로 리조트 주변의 자연을 따라 경험하는 하이킹 트레일, 그리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즐기는 인피티니 풀과 리조트에서 조금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드림랜드 비치까지. 원하는 방식으로 이곳을 경험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이곳에서는 단순히 리조트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리의 전통과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사원 의식 체험, 발리 전통 예술 클래스를 비롯해 아이들을 위해서 준비된 피폴 파빌리온 키즈 클럽에서는 발리 전설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세션도 진행 중이다.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이 지역의 한 사람으로서 머무는 듯한 경험을 하기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여행에서 미식을 빼놓을 순 없다. 리조트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발리의 하늘과 바다를 함께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이곳의 대표적인 레스토랑 아카사(Akasa)에는 발리 전통 조리 방식에서 영감받아 직화로 완성된 요리들, 쉽게 말해 아시아 퓨전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아카사에서 프라이빗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 이름부터 은밀한 매력이 느껴지는 만트라(Mantra)에서는 소믈리에와 프라이빗하게 와인 페어링을 즐길 수 있으며, 매일의 아침 식사를 책임졌던 세가란 다이닝 테라스(Segaran Dining Terrace)에서는 지중해식 요리와 아시아식 식문화를 조합한 메디트라시안(MeditrAsian)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각기 다른 콘셉트와 풍미를 가지고 있는 레스토랑이지만, 모두 발리의 바다를 바라보며 미식의 여정을 완성할 수 있는 완벽한 공간인 셈.

레스토랑 아카사에서 내려다 본 주메이라 발리 전경.
레스토랑 아카사에서 내려다 본 주메이라 발리 전경.

먹고 마시고 즐겼으니 이제는 내면을 다스릴 시간이다. 바로 주메이라 발리의 하이라이트인 탈리스 스파(Talise Spa)를 경험할 차례인 것이다. 본격적인 스파를 받기 전 생년월일을 기반으로 나에게 맞는 차크라(보통 요가나 명상에서 사용하는 영적 에너지를 가리키는 말)를 진단받고, 그에 맞춰 스톤 오일을 추천받았다. 이곳의 스파는 단순히 뭉친 근육을 푸는 마사지가 아니라, 몸과 마음의 균형을 바로잡아가는 의식 같다는 느낌을 받기 충분했다. 따뜻한 아로마 향이 가득한 공간에서, 테라피스트의 손끝이 천천히 온몸의 긴장을 풀어가는 동안, 머릿속 잡생각은 비워지고 몸은 점점 가벼워졌다. 눈을 감고 있는 동안 잠시 발리의 왕이 된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 순수한 휴식의 시간, 그 몇 십 분의 경험은 이번 여행 중 가장 고요하지만 선명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지금 원고를 쓰며 그때를 돌이켜보니, 이번 발리가 특별했던 이유는 화려한 이벤트나 일정이 있어서가 아닌,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주메이라 발리 덕이라 생각한다. 서울로 돌아오던 비행기 안, 주머니 속 반납하지 못한 객실 카드키를 발견했다. 어쩌면 이 카드키는 다시 돌아오라는 초대장일지도 모르겠다. 그 키를 반납할 핑계로 주메이라 발리로 떠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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