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교육계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월 대전에서는 하교하던 학생이 교사에 의해 사망한 '하늘이 사건'이 발생했고 4월 제주에서는 민원에 시달리던 교사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6월 이후에는 '리박스쿨' 사태로 늘봄학교 교육 현장 전수조사와 국회 청문회까지 열렸다. 이 밖에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의 교육부 장관 낙마,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에 따른 평가원장 사퇴 등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21일 대전시교육청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김하늘(7)양은 지난 10일 오후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의 돌봄교실을 마친 후 귀가 과정에서 같은 학교 교사인 명재완(48)씨로부터 살해 당했다. 명씨는 우울증 등으로 6개월간 질병휴직을 신청했으나 불과 1개월도 안 된 작년 12월 30일 '근무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의사의 진단서로 인해 조기복직했다. 사건 발생 전 명씨가 동료교사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등 위험 징후가 감지됐으나 학교와 교육청이 별 다른 조치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는 폭력성을 보이며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등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교원에 대해 직위해제·직무배제의 근거를 마련하는 '하늘이법'과 학교 건물 내외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 등이 발의됐으나, 통과하지 못하고 연말 현시점까지 계류 중이다.
5월에는 제주시 한 중학교에 재직 중이던 현승준 교사가 재직 중인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 교사가 작성한 유서에는 학생 측 민원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학생 측 가족들은 현 교사에게 수십 차례 민원을 제기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지역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고 학생 측 가족들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인정하고 특별교육 8시간을 의결했다.
반대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4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지역의 고3 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교사의 얼굴을 가격했다. 이 학생은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다가 이를 지적하는 교사와 실랑이를 벌인 끝에 이와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교보위를 열고 해당 학생의 강제 전학 처분을 결정했다.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는 보수단체인 리박스쿨이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조직을 통해 온라인 여론조작을 벌여왔으며, 늘봄학교 자격증 지급을 내세워 댓글팀을 모집하고 학생들에게 극우 교육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실제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는 '한국늘봄교육연합회'라는 이름의 단체를 만들어 서울교대와 협약을 맺고 서울 지역 초등학교에 강사를 보내 수업을 진행했다.
늘봄학교 리박스쿨 관련 강사 현황 전수조사 결과 해당기관의 교육을 이수하거나 자격을 보유한 강사는 총 298개교 159명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들 강사 대부분은 과학이나 예술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역사 프로그램을 운영한 사례는 없었으며, 현장 점검 결과 교육 중립성 위반 또한 파악되지 않았다.
지난 7월에는 이재명 정부 첫 교육부 장관 후보자였던 이진숙 후보자가 논문 표절 의혹과 자녀 조기 유학, 그리고 유초중등 분야 전문성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고 지명 21일 만에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역거점국립대 첫 여성 총장이었던 이 후보자는 제자 학위 논문의 학술지 게재 시 자신을 제1저자로 표기한 것과 하나의 실험으로 2개 학술지에 중복 게재한 것 등이 논란이 됐다. 논문 관련 의혹이 커지자 김건희 여사 논문을 검증했던 범학계 국민검증단이 이 후보자의 문제되는 논문들을 분석했으며 표절률이 최대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이 후보자 두 자녀의 미국 조기 유학 사실과 초중등 분야에서 전문성이 없는 모습이 더욱 논란을 키웠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 자리에는 '동문서답 하라', '즉답을 피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되면서 비판의 수위가 높아졌고, 인사청문회 중간에는 여당에서도 실망스럽다는 질타가 나왔다. 이 후보자는 결국 지명 철회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수능 이후 또다시 낙마했다. 연임을 포함해 역대 13명의 평가원장 중 9번째 사례이자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 사유로는 최초다.
올해 수능에서는 특히 영어가 어렵게 출제됐는데,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1만5154명으로 전체의 3.11%다. 이는 2018학년도 절대평가 전환 이후 역대 최저 수치로, 기존 최저 수치는 2024학년도 4.71%였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1등급이 상위 4%에게 부여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저치다. 교육부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앞으로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도입된 고교학점제 등 제도변화로 인한 학교 현장 혼란도 있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수업을 선택하고 학점을 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다. 학점은 '출석률 3분의 2 이상'과 '학업 성취율 40% 이상'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고 고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취율 40%를 밑도는 학생을 학교와 교사가 책임지고 지도하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교사 단체들은 학업성취율 40% 이상 기준과 최성보가 비현실적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교육과정을 담당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지난 18일 개선안으로 공통과목의 학점 이수 기준은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반영하고 선택과목의 학점 이수 기준은 출석률만을 반영하는 안을 발표했으나,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Copyright ⓒ 모두서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