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래 둔 쌀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는 쌀겨에 포함된 지방 성분이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산화하며 생기는 현상이다. 쌀은 도정 직후부터 수분이 빠져나가고 산화가 시작되는데, 약 2주가 지나면 '헥산알'과 같은 휘발성 화합물이 생성되어 밥맛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조리 과정에서 몇 가지 과학적 원리를 적용하면 묵은쌀도 햅쌀처럼 윤기 나고 부드러운 상태로 만들 수 있다. 핵심은 산성 물질을 이용한 냄새 중화와 유지류를 통한 수분 보충이다.
식초의 산성 성분이 냄새 중화
묵은내를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식초를 사용하는 것이다. 식초의 주성분인 초산은 쌀겨 성분이 산화되며 발생하는 알칼리성 휘발 물질을 화학적으로 중화해 냄새를 없앤다.
식초는 냄새 제거는 물론 식감 개선 효과도 낸다. 쌀은 오래될수록 수분이 줄고 전분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데, 식초의 산성 성분이 이 조직을 연하게 만들어준다. 4인분 기준 식초 한 티스푼을 밥물에 섞으면 된다. 취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로 인해 신맛을 내는 성분은 모두 기체로 휘발되므로, 완성된 밥에서는 식초 맛이 남지 않는다.
식용유 코팅으로 윤기와 수분 유지
수분이 빠져나가 푸석해진 식감을 보완하려면 식용유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 취사 전 밥물에 식용유 한 숟가락을 넣으면 쌀알 표면에 얇은 기름 막이 형성된다. 이 기름막은 고온의 증기로 밥이 익을 때 쌀 내부의 수분이 과도하게 증발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밥알 속은 촉촉하게 유지되고 겉면에는 햅쌀과 같은 윤기가 흐르게 된다. 기름의 종류 선택도 중요하다. 향이 강한 참기름이나 들기름은 쌀밥 고유의 풍미를 덮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콩기름, 카놀라유, 포도씨유 등 향과 맛이 없는 식물성 기름을 사용해야 밥맛을 해치지 않는다.
찬물 취사로 단맛과 효소 활성 높이기
밥맛을 결정하는 단맛은 물의 온도로 조절할 수 있다. 뜨거운 물 대신 찬물이나 얼음물로 밥을 지으면 솥 내부 온도가 서서히 올라간다. 이때 쌀의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는 효소인 '아밀라아제'가 활동할 시간이 길어지면서 밥의 단맛이 강해진다.
조리 전 세척 과정도 중요하다. 묵은쌀 표면에는 산화된 지질이 붙어 있으므로 첫 물은 빠르게 버리고, 4~5회 정도 문질러 씻어내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 보관 시에는 밀폐 용기에 담아 15도 이하의 냉장 환경에 두어야 산패 속도를 늦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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