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현요셉 기자] 연말의 설렘이 가득해야 할 기차역에 다시금 차가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이 오는 23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10일 노사 간 잠정 합의로 파업이 유보된 지 불과 열흘 만에 열차 바퀴가 다시 멈춰설 위기에 처한 것이다.
◆ '90% vs 100%', 10%의 간극에 막힌 합의점
이번 사태의 핵심은 ‘성과급 정상화’를 둘러싼 노정(勞政) 간의 간극이다. 현재 철도노조는 일반적인 공기업 기준인 기본급 100%를 성과급 기준율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90%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현 상황은 기본급의 80%만 성과급 기준으로 삼는 비정상적 구조"라며 타 공기업과의 형평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와 사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재무 상태가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위험한 성적표]
2024년 영업손실: 736억 원
당기순손실: 4,999억 원
총 부채: 약 15조 9,909억 원 (부채비율 259.9%)
눈덩이처럼 불어난 16조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와 직결된 성과급 기준 인상은 정부로서도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 하루 250대 운행 중단... 시민들의 '발'이 인질인가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시민들이 겪어야 할 불편은 가혹하다. 당장 23일부터 하루 평균 250여 대의 열차 운행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이미 19일 오후부터 파업 기간(23~29일) 내 운휴 가능성이 있는 열차의 승차권 발매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파업은 시기적으로 최악이라는 평가다. 오는 30일 예정된 중앙선·동해선 KTX 확대 운행은 물론, 성탄절과 연말연시 임시열차 증편 계획까지 모두 차질을 빚게 됐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계획했던 시민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이미 예매를 마친 고객들에게는 개별 문자메시지가 발송되고 있지만, 열차 이용 직전까지 운행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일정 취소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남았다.
◆ 안전 최우선이라지만... 근본적 대책 절실
코레일 경영진은 긴급 영상회의를 열고 비상수송대책과 안전관리 방안을 논의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정정래 사장직무대행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으나, 숙련 인력의 공백을 메우는 비상 수송 체계가 완벽할 수는 없다.
철도 파업이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시민 불편'과 '노사 갈등'의 굴레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노조는 코레일의 경영 위기를 외면한 채 명분만을 내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이름 뒤에 현장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차가운 철길 위에서 시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파업 예고'가 아니라,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상생의 경적'이다. 연말연시 지역 경제와 서민들의 일상이 파업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히지 않기를 바란다.
Copyright ⓒ 센머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