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등 자사 기타비상무이사 2명을 영업비밀 누설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20일 고려아연은 김 부회장과 강 사장을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누설)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특별시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임시이사회에서 배포된 비공개 자료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확인됐다”며 “해당 자료에만 포함된 구체적 수치와 조건이 이사회 결의 직후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는 주장이 담겼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투자 유치, 합작법인(JV) 설립, 투자 계약,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6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에게 각 안건의 구체적 내용이 담긴 총 80쪽 분량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고려아연 측은 해당 자료가 촬영·복사·외부 유출이 엄격히 금지된 비공개 자료로, 회의 전 이를 이사들에게 명확히 고지했으며 회의 종료 후 공시 대상이 아닌 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자료 반납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이사들은 자료를 반납했으나, 피고소인 2명은 이를 거부한 채 자료를 가지고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문제의 자료가 반출된 이후 결의일로부터 불과 이틀 뒤인 17일부터 일부 언론을 통해 회사의 공시나 공식 IR 자료에는 포함되지 않은 구체적인 수치와 조건이 공개됐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해당 기사에 언급된 내용이 이사회 배포 자료에만 포함된 정보라며, 피고소인 2명이 반출한 자료의 내용이 외부에 전달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일부 정보가 발췌되거나 왜곡돼 여론을 호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점도 문제 삼았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행위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고소에는 업무상 배임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김 부회장과 강 사장은 MBK파트너스·영풍 측 인사로, 현재 고려아연과 MBK·영풍 간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고려아연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MBK·영풍은 이번 미국 제련소 투자 계획 발표 이후 지분율 유지를 이유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고려아연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피고소인들이 MBK·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 내부 정보를 유출하고, 이를 토대로 부정적 여론 형성에 관여했다”며 “이는 고려아연의 이사로서 회사에 손해를 가하면서 특정 주주의 이익을 도모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러한 불법 행위로 신주 발행이 제한될 경우, 향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매출이 기대되는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고소장을 통해 “영업비밀이자 경영상 핵심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누설하고 이를 부정 사용해 대형 해외 투자 프로젝트를 방해한 중대한 범죄”라며 “수사기관이 혐의를 명확히 밝혀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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