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규모의 경제’를 신념처럼 키워왔다.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시장 점유율을 넓히며, 외형 성장을 쌓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더 이상 주주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 글로벌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대중국 기업 분석은 이 변화를 총주주수익률(TSR)이라는 지표로 드러냈다.
BCG 상하이 사무소의 미셸 후(Michelle Hu), 왕하이쉬(Haixu Wang), 윌 리(Will Li)와 홍콩 사무소의 찰리 리드(Charlie Reid)는 중국 본토·홍콩·미국 상장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TSR을 분석했다.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의 TSR은 주요 글로벌 시장 대비 전반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국 상장 중국 기업의 경우 5년 기준 평균 TSR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매출과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 이후 단계에서 현금흐름·배당·자사주 매입·자본 배분 전략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구조가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BCG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 다수가 여전히 기업 전략을 ‘매출 성장과 마진 개선’ 중심으로 설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TSR 관점에서 기업 가치는 이익의 크기보다 이익이 어떤 경로로 주주에게 귀속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사업, 재무, IR 전략이 분절된 상태에서는 밸류에이션 멀티플 확장이 어렵다는 점이 BCG 분석에 의해 확인됐다.
이 구조적 차이는 조선업에서 특히 선명하게 드러난다. 중국 조선소들은 이미 세계 최대 건조량을 확보했다. 다만 고부가 선종, 장기 계약, 선박 금융이 결합된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제한적이다. 외형은 커졌지만, 현금흐름의 질과 자본 정책이 확립되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 조선은 산업 전반이 다른 경로를 밟아왔다. 수주량보다 선종을 먼저 따졌고,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앞세웠다. 이 흐름은 한국 조선의 대표 기업들이 걸어온 궤적에서 또렷하게 확인된다. HD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한 한국 조선업은 단기 실적보다 장기 자본 효율을 중시했고, 배당과 재무 정책을 경영 전략의 일부로 관리해왔다.
미셸 후와 왕하이쉬, 찰리 리드, 윌 리는 분석 말미에서 TSR을 “일회성 성과 지표가 아니라 경영 전반을 관통하는 도구”로 정의했다. 이어 "높은 TSR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기업일수록 더 높은 밸류에이션 멀티플과 안정적이고 충성도 높은 기관투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딩 컴퍼니가 우량주로 평가받는지는 사업·재무·투자자 전략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구조로 실행할 수 있는지에서 갈린다.
중국이 키운 것은 생산 능력이고 한국이 남긴 것은 구조와 신뢰다. 글로벌 자본시장이 다시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누가 더 많이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신뢰받을 수 있는 산업 구조를 갖췄는가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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