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K뷰티의 성공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흥행한 뒤 해외로 확장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먼저 두각을 보인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서 반등에 성공하는 경우가 확인되면서 기존 유통판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유통 환경 변화와 ODM 구조 강화, 소비 심리 변화 등 여러 변곡점이 맞물리며 산업의 중심축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2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화장품 수출액은 22억1000만달러(한화 약 3조267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을 상대로 한 수출규모가 4억9000만달러(약 7244억원)에 이르는 등 역대 분기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본격적인 성장가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화장품 총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73.3%로 매 분기 확대되고 있다. 주요 대기업 외에도 중소·신흥 브랜드의 해외 시장 성장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조선미녀, 티르티르 등 일부 K뷰티 브랜드는 국내 대중적 인지도보다 일본·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먼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아마존·큐텐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현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면서 국내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해외 매출이 브랜드 성장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2의 조선미녀’를 목표로 초기 단계부터 해외 채널을 주무대로 설정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이전까지는 국내 유통망과 오프라인 확장이 해외 진출의 전제 조건이었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해외 소비자 반응을 즉각 확인하고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가 구축되면서 시장의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검색·추천 알고리즘과 SNS 확산 구조가 결합되면서 해외 채널 노출과 반응 자체가 브랜드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에서의 반응이 곧 브랜드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가 구축됐다”며 “유통과 제조 환경이 바뀌면서 K뷰티의 성장 경로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 구조 변화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ODM 중심 구조가 강화되면서 대규모 국내 마케팅 없이도 특정 국가와 플랫폼을 겨냥한 제품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국가별 소비 성향과 채널 특성에 맞춰 성분·제형·패키지를 설계하는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브랜드 성장의 기준 역시 ‘국내 히트’에서 ‘해외 반응’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K뷰티의 수출 증가 흐름 속에서 브랜드 운영의 무게중심이 국내보다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소비 심리의 영향이 시장의 변화를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며 국내 흥행 여부보다 해외 반응이 브랜드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실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등 접근성 높은 채널에서 구매하는 흐름이 확산되면서 면세점·백화점 중심 구조는 힘이 빠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프리미엄 시장과 면세 채널이 막히자 대기업들 역시 중저가·실리형 제품군으로 전략을 조정하며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는 평가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소 브랜드들은 글로벌 소비자 특성과 시장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세밀하게 파악해 제품과 마케팅에 반영하는데 강점을 보이고 있고, 여기에 ODM 기업의 기술력이 결합되면서 빠른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들은 의사결정 구조상 이러한 빠른 대응이나 파격적인 시도를 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는 중소·신흥 브랜드들이 주도권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며 “기초 연구와 기술력을 축적해온 대기업들은 장기적으로는 다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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