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건물 시정명령 놓고 2심도 승소…"이제는 화장실도 짓고파"
구청 "안전·주민 생활환경 위한 행정책무…법질서도 지켜야"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하나님 만세! 밥퍼 만세! 밥퍼가 승리했습니다!"
무료급식소 '밥퍼'를 운영하는 다일복지재단이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한 법적 다툼에서 승소한 이튿날인 19일 오전. 밥퍼나눔운동본부는 전날 전해진 승전보로 여느 때보다 활기찬 모습이었다.
점심 메뉴인 육개장과 파래무침, 두부조림 등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 뒤로 걸린 플래카드가 전날의 소식을 알렸다. 급식소 1층을 가득 채운 120여 명의 어르신은 복지재단 대표 최일도 목사가 마이크를 잡자 환호성을 터뜨렸다.
최 목사는 "여러분들을 위한 이 시설을 영구적으로 지켜낼 수 있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고, 어르신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용두동에서 매일 온다는 이선숙(84)씨는 "어제도 꼭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오늘 아침에 와서 알고 안도했다"며 웃었다. 종로구에서 온 봉사자 박춘필(63)씨는 "그간 목사님이 '도둑놈'부터 해서 별소리를 다 들었다. 옆에서만 봐도 힘들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밥퍼는 1988년 동대문구 답십리의 한 굴다리 지하차도에서 노숙인 무료 급식 활동을 시작한 것이 시초다. 2010년 2월부터는 서울시가 시유지에 지어준 인근 가건물에서 활동이 이어졌다. 어느새 밥퍼는 노숙인과 고령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식 봉사 활동의 대명사 격으로 통하게 됐다.
분쟁은 재단이 2021년 건물 양쪽에 가건물 2개 동을 증축하면서 시작됐다. 동대문구는 2022년 무허가건물 시정명령과 함께 건축이행강제금 2억8천300만원을 부과했고, 재단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재단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단이 증축을 추진할 당시 동대문구가 특별한 신고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반복적으로 표명해, 재단 측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 18일 서울고법은 1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구청의 항소를 기각했다.
최 목사는 승소 이후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묻는 기자에게 "화장실을 짓고 싶다"며 "현재는 건물 밖에 이동식 화장실이 있는데, 계단이 있어 불편하고 겨울에는 미끄러워 넘어지시기도 해 안타까웠다"고 답했다.
동대문구는 항소심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는 "이 사안을 제기한 취지는 특정 단체를 겨냥하려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 안전과 도시 질서, 주민 생활환경을 지키기 위한 행정 책무 때문"이라며 "그 과정에서 '밥퍼' 주변 환경이 정돈되고 불법 증축물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 점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눔의 가치가 존중받아야 하듯, 공공의 안전과 법질서도 함께 지켜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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