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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성조숙증은 오랫동안 여아의 문제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진료 현장에서는 남아 성조숙증 진단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전에는 비교적 드물게 여겨졌던 남아의 조기 사춘기 진행이 이제는 특별한 경우로만 보기도 어렵다.
문제는 남아 성조숙증이 여아보다 발견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여아는 가슴 몽우리라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점이 있지만, 남아는 사춘기 진행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키가 또래보다 빨리 크거나, 체취가 강해지고, 고환 크기 변화나 음모 발달이 나타나도 “원래 그런 시기”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 사춘기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료실에서 자주 마주하는 장면은 이렇다. 중학교 1~2학년이 되어 내원한 남학생이 “최근 1년간 키가 거의 안 컸다”고 호소한다. 검사 결과를 보면 이미 성장판이 상당 부분 닫혀 있고, 사춘기 진행은 한참 앞서 있다. 이 시점에서는 성장 치료 효과도 크게 줄어든다. 성조숙증 치료 시기를 놓친 결과가 중학교 시기에 키 성장 정체로 나타나는 것이다.
남아 성조숙증의 위험은 키가 빨리 크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문제는 키가 빨리 멈춘다는 데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까지는 또래보다 커 보이던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성장이 둔화되고, 최종 키가 기대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반복된다. 이는 성장판이 사춘기 진행과 함께 빠르게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소한 초등학교 3~4학년 시기부터는 남아 역시 사춘기 발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 시기는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단계로,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현재 발달 속도가 적절한지 확인할 수 있는 시기다. 키가 크고 작음을 떠나, 사춘기의 ‘속도’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가오는 겨울 방학은 이러한 점검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다. 학기 중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고, 지난 성장 흐름을 정리하기에도 좋다. 방학 동안 사춘기 검사와 성장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치료를 시작하기 위함이라기보다, 예방과 대비의 성격에 가깝다. 성조숙증은 조기에 인지할수록 관리의 여지가 넓어진다.
남아 성조숙증은 더 이상 예외적인 문제가 아니다. 키가 멈추고 나서 뒤늦게 돌아보는 것보다, 이번 겨울 방학을 사춘기 발달을 점검하고 성장 방향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성장의 시간은 한 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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