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세계식량계획의 친선대사로서 ‘제로 헝거’의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보태는 배우 문소리.
여전히 세상에는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지금 이 순간의 절박한 현실인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세계식량계획은 오늘도 전 세계 120개 국가 및 지역에 식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식량은 평화로 가는 길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WFP의 친선대사로 임명된 배우 문소리. 그에게 앞으로 꿈꾸는 세상에 대해 물었습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UN World Food Programme, 이하 WFP)의 친선대사로서 ‘배고픔 없는 세상’을 향해 동행할 예정입니다. 임명 소감이 궁금합니다.
WFP의 친선대사로 임명되어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동시에 그에 따른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UN 소속 기구인 WFP가 굉장히 큰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분들이 이 기구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선하고 귀한 일을 하는 단체들에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제가 일조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WFP 친선대사 제안을 두고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쳤나요?
올해 WFP로부터 연락을 받아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이 인연이 바로 친선대사로 이어진 건 아니고, 약 6개월 동안 함께 움직이며 서로의 진정성과 방향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러한 친교의 시간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였죠. 이후 WFP에서 앞으로 힘을 모아 일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친선대사를 제안해주셨습니다. 이 인연을 소중하게 키워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동행을 결정했죠.
지금까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꾸준히 목소리를 키워온 배우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목소리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나요?
한 사람만의 목소리로는 세상을 바꾸긴 어려운 것 같아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여러 사람의 마음과 관심, 그리고 뜻이 한데 모여야 하죠. 그렇지만, 확실한 건 변화의 시작은 한 사람의 목소리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저 역시 제가 낼 수 있는 만큼의 목소리를 내보자고 다짐했어요. 여러 사람의 마음에 그 목소리가 닿을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속 노력하고 싶어요.
WFP와의 동행 이전에 세계 식량 부족 문제에 대해 인지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인 부모님을 통해 당시 굶주림에 시달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어린 시절 말로만 들었을 때는 실감하기 어려울 만큼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죠. 그런데 예전에 코트디부아르의 빈민가를 찾아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는 활동을 했을 때 그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 아이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방식으로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지를 직접 눈 앞에서 마주하자 식량 부족이 누군가에게는 지난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절박한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죠.
10월에는 케냐 카쿠마 난민캠프를 방문해 난민들이 처한 현실을 직접 마주했습니다. 당시 경험했던 현장은 어땠는지 말씀해 주세요.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하늘에서 내려다본 난민캠프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어요. 대부분 내전으로 인해 남수단과 콩고, 인근 국가에서 넘어온 약 20만 명의 난민들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거든요.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최소한 한 끼는 먹을 수 있으니까 모두 학교로 향한다고 해요. 조그마한 학교에 2천 명의 학생들이 빼곡하게 몰려있었어요. 이후 그분들이 살고 있는 공간을 방문했는데, 여성분들이 최소한의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실을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특히, 주요 공여국의 지원이 대폭 삭감되면서 실제로 지급되는 식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것이 상황의 심각성을 더욱 실감하게 했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생명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WFP는 긴급 구호, 식량 지원, 개발 지원 등 기아와 빈곤 문제를 끊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죠. 생명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기 위한 WFP의 임무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있나요?
자식을 키워본 부모라면 누구나 다 알 거예요. 내 아이가 밥을 잘 먹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고,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아플 때는 제일 가슴 아프단 걸요. 아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엄청난 가능성을 품고 있잖아요. 밥을 먹인다는 건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주는 게 아니라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WFP는 아이들의 미래를 여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죠.
WFP는 긴급 구호 지역에 식량을 지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람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10월 케냐에서는 카쿠마 난민캠프뿐만 아니라 로드와 지역, 수도 나이로비 내 키베라 지역에도 방문했어요. 그곳에서는 농업과 양계업을 교육하고,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농업과 연계한 학교 급식 시스템을 마련하고, 서비스 센터를 세우고 일자리를 만드는 등 지역 사회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을 하고 있었죠.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 그 지점이야말로 WFP가 실천하고 있는 인도주의적 지원의 핵심이라고 느꼈어요.
‘제로 헝거(ZERO HUNGER)’의 세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심이에요.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먹는지에 대한 작은 관심과 인식만 있어도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어요. 직접 현장에 가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도 각자의 방식에 맞게 실천할 수 있는 도움은 분명히 있거든요.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작은 관심이 행동의 불씨가 된다고 믿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세상을 꿈꾸나요?
이 세상에는 모두가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이 있습니다. 결코 부족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여전히 배고픔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저는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가정들이 없는 세상을 바라요. 그리고 그 변화를 향한 작은 발돋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까지라도 제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