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주민당, 청류파는 야당인 민국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 명재이 대통령이다.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이었다.
2025년 12월 19일, 한양의 도심 정부서울청사 별관.
천하를 손에 쥔 간웅(奸雄) 조조(명재이 대통령)가 다시 한번 대연회를 주재했다. 이날의 화두는 백성의 목숨을 재단하는 법(法)의 칼날과, 집안의 안녕을 살피는 가족의 도리였다. 탁류파(Democratic Party)의 핵심 장수이자 법무행정의 수장인 호성정 장관과 청류파(People Power Party)의 잔재를 걷어내려는 집행관들이 조조의 발치에 모여들었다.
조조는 먼저 검찰의 집행관인 현자구 대검 차장을 불러 세웠다. 그의 눈빛은 과거 서주를 평정할 때처럼 서늘했다. 조조는 품 안에서 가상의 과자 한 조각을 꺼내 드는 시늉을 하며 물었다.
“초코파이 천 원짜리, 그런 것은 왜 기소를 한 것인가?”
장내에는 찬물이 끼얹은 듯 정적이 흘렀다. 이는 전북 완주의 한 일터에서 1,050원 상당의 과자를 꺼내 먹었다가 법정까지 끌려간 백성의 이야기였다. 현자구 대검 차장이 “피해 회사가 처벌을 강력히 원했고 화해가 없었기에 기소했습니다”라고 변명하자, 조조는 껄껄 웃으며 일갈했다.
“길에 떨어진 10원짜리 옷핀을 줍는 것도 점유이탈물 횡령이라 하더냐. 그런 것까지 기소하여 백성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 어찌 공명정대한 법도라 하겠느냐!”
조조는 이어 검찰의 기계적인 상소(上訴) 관행을 ‘폭력’이라 규정했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오는 이들이 그 과정을 견디느라 얼마나 많은 고통과 비용을 치르는지 아느냐. 98.3%가 무죄를 확정받기 위해 생고생을 한다면, 그것은 국가가 휘두르는 보이지 않는 칼날이다.”
그는 일선 검사들이 문책이 두려워 기계적으로 기소하는 ‘겁쟁이의 행정’을 멈추고, 경미한 사안은 법의 이름으로 품어줄 수 있는 새로운 지침을 마련하라 엄명했다.
이때 호성정 법무장관이 “대통령께서 가석방을 늘리라 지시하시니 교도소 안에서 인기가 참 좋으십니다”라고 농을 던졌다. 조조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답했다.
“재범의 위험이 없고 이미 피해자와 화해한 자들을 좁은 감옥에 가둬두는 것은 국력의 낭비다. 유능한 군주는 사람을 가두는 데 급급하지 않고, 그들이 다시 천하의 일원이 되게 하는 법이다.”
조조의 시선은 이제 성평등가족부 장관 경민원에게로 향했다. 그는 백성의 여인들이 사용하는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39%나 비싼 이유를 조목조목 따졌다.
“국내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개인이 해외 직구를 할 정도면 시장의 법도가 이미 무너진 것이다. 관세 없는 수입을 통해서라도 경쟁의 불길을 지펴라!”
연회는 반려동물이라는 새로운 ‘식구’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조조는 특유의 변칙적인 화법으로 “동물복지원을 어디에 둘지를 두고 농림부와 복지부가 싸운다는데, 아예 성평등가족부로 보내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장내가 술렁이자 그는 “농담처럼 한 이야기지만, 가족의 개념이 변하고 있으니 미리 대비하라는 뜻이다. 조만간 이 문제로 시끄러워질 터이니, 갈등이 생기기 전에 미리 살피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조조는 돈 있는 자들이 범칙금을 비웃는 세태를 지적하며, 재력에 따라 벌금을 차등 부과하는 ‘차등 범칙금’의 타당성을 검토하라 명했다. 그의 명령은 세밀하고도 집요했다.
연회를 마치고 일어서며 조조는 관리들을 향해 최후의 경고를 남겼다.
“검찰은 백성의 인생을 재단하는 엄청난 권한을 가졌다. 그 칼은 오직 공정하고 투명하게 쓰여야 하며, 백성의 눈높이를 벗어난 법 집행은 결국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하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
이날의 대연회는 조조가 지향하는 ‘실용적 법치’와 ‘민생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천하에 알리는 장이었다. 백성들은 1,000원짜리 초코파이에 담긴 군주의 뜻을 보며, 과거의 간웅이 진정으로 백성의 배고픔과 억울함을 살피는 통치자로 거듭나고 있음을 실시간 중계를 통해 목격했다.
Copyright ⓒ 저스트 이코노믹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