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유라 기자】SK실트론 매각 절차가 8부 능선을 넘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함께 매각 논의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움직임도 분주하다. 인수사 SK그룹과 매각사 두산그룹 간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예고되면서 두 그룹사의 반도체 전략은 물론 SK실트론의 향후 행방까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최근 SK실트론 지분 매각과 관련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사실을 공시를 통해 밝혔다. 매각 대상은 보유 지분 51%와 금융기관과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보유 중인 19.6%를 합친 70.6%다. 나머지 지분 29.6%는 이번 거래 대상에서 제외됐다. 거래에서 제외된 지분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물량이다.
두산과 SK는 향후 현장 실사와 계약 조건 협의 등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약 4조~5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이번 매각가는 3조~4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공정의 출발점인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산업 군에 속하지만 사업 성격은 다르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는 디바이스 기업이라면, SK실트론은 실리콘 및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를 공급하는 소재·기반 기업이다. 이 같은 차이로 인해 SK실트론은 그동안 그룹 내에서 비주력 자산으로 분류돼 왔다.
다만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 확장과 함께 반도체 생산이 늘어나면서, 웨이퍼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웨이퍼 산업은 메모리 업황을 6개월에서 1년가량 뒤따르는 후행 산업으로 평가되는데, 최근 메모리 업체들이 칩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웨이퍼 생산성 확대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SK실트론은 이 같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내년까지 총 2조3000억원을 투입해 구미 3공장에 300mm(12인치) 실리콘 웨이퍼 제조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또 미국 베이시티 공장에는 8640억원(6억4000만달러)을 투자해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생산량을 늘리며, 전력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시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향후 SK실트론의 사업 확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두산은 발전·에너지, 수소, 방산, 로봇 등 중공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SK실트론이 안정적인 자본 지원을 바탕으로 설비 투자와 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 SK실트론의 안정적인 수요 구조 역시 이러한 전략에 힘을 보탤 수 있다.
반면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SK그룹 내 웨이퍼 공급선을 상실하게 되면서, 반도체 소재 내재화 전략에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그룹 차원의 완전한 수직 계열화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두산은 SK실트론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수익스와프(PRS) 활용과 6000억~7000억원 규모의 대출성 자금 조달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상반기에도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을 담보로 약 1조7000억~1조8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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