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연말은 한 해를 정리하며 잠시 멈춰 서기 좋은 시간이다. 화려한 이벤트 대신, 조용히 자신과 세계를 돌아보게 하는 전시 관람을 어떨까. 개인의 내면에서 도시와 지역, 더 나아가 인류와 지구의 문제까지. 올 연말 놓치기 아까운 주요 전시들을 소개한다.
# 일상 속 고요를 마주하다
후지필름 코리아가 지원하는 손정기 작가의 개인전 '보통의 고독'은 ‘자발적 침묵과 고독’을 키워드로 일상의 속도를 늦추는 전시다.
흑백 드로잉을 중심으로 한 회화 약 60점, 사진 30점, 영상 1점이 어우러지며, 여행과 일상에서 포착한 인물들의 고요한 순간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대표작 'Together in Solitude'는 함께 있지만 서로의 세계를 침범하지 않는 존재들의 풍경을 통해, ‘따로 또 같이’ 흐르는 고독의 시간을 시각화한다. 영상 작품 'Relaxing Moments'는 작가가 실제 머물렀던 시간의 리듬을 그대로 전달하며, ‘바라보는 것만으로 쉬어가는 순간’을 제안한다.
손정기 개인전 〈보통의 고독〉 | 파티클(서울 청담)
전시 기간: ~2026년 1월 25일
#도시와 예술의 공명을 예고하다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의 방향성을 미리 가늠할 수 있는 프롤로그전은 ‘공명(resonance)’이라는 키워드로 도시와 예술의 관계를 탐색한다.
창원의 역사·공간·산업적 맥락을 국내외 작가들의 동시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본전시를 향한 실험적 서곡을 연주한다.
조각과 미디어아트 등 25점의 작품과 함께, 창원의 기억과 키워드를 시각화한 ‘창원조각비엔날레 아틀라스’가 소개돼 지역성과 전시의 맥락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프롤로그전 '레조넌스 튜닝'
전시 기간: 12월 12일 ~ 28일
# 산업의 풍경, 추상이 되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세계적 사진가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40년 작업을 집대성한 대규모 사진전 '버틴스키: 추출/추상'을 오는 12월 13일부터 2026년 3월 2일까지 열린다.
연말 최대 규모의 국제 사진전으로 꼽히는 이번 전시는, 세계적 사진가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40년 작업을 집대성한 아시아 최초 회고전이다.
광산, 농업, 제조업, 폐기물 산업 현장을 기록한 그의 사진은 산업적 ‘추출’을 추상회화에 가까운 미학으로 전환하며,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질문한다.
49점의 대형 사진과 초고해상도 벽화, 촬영 장비 아카이브까지 아우르는 전시는 ‘아름다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인류세의 풍경’을 통해 관람객에게 묵직한 성찰을 남긴다.
에드워드 버틴스키 사진전 〈추출/추상〉 | 서울역사박물관
전시 기간: 2025년 12월 13일 ~ 2026년 3월 2일
#지역에서 세계로, 예술의 도약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역 기반 작가 17인의 성장과 도약을 조명하는 '2025 ARKO LEAP'을 2026년 1월 10일까지 금호미술관, 일민미술관, 학고재 아트센터 등에서 동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수도권 외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작가 17인의 창작 여정과 성장을 보여주는 ‘도약(LEAP)’의 현장을 선보인다.
금호미술관에서는 구지은, 김주환, 김진희, 김희라 작가가 도시와 자연, 인간과 비인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생태·존재·공존을 탐구하는 설치와 회화를 선보인다.
일민미술관애소눈 송성진, 임안나, 홍희령, 이현태 작가가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가 어떻게 구성되고, 기억‧기록되고, 전환되는지를 기억과 이미지, 감정과 기술의 다양한 층위에서 펼쳐보인다.
학고재 아트센터에서는 우은정, 황해연, 유경자 작가가 실존 ‧ 지질 ‧ 감각에 대한 예술적 탐구를 선보인다.
출판·아카이빙 프로젝트와 국내외 전시 연계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지역 예술이 중앙과 세계 무대로 확장되는 현재진행형 과정을 생생히 기록한다.
[〈2025 ARKO LEAP〉 | 금호미술관·일민미술관·학고재 아트센터
전시 기간: ~2026년 1월 10일 (무료)
# 연말 전시로 사유의 시간을 갖다
올 연말 전시들은 개인의 고독에서 출발해, 도시와 지역, 그리고 인류와 지구의 문제로 확장되되며, 단순한 관람을 넘어 사유의 시간을 제안한다. 소란스러운 연말 대신, 예술 앞에서 잠시 멈춰 서고 싶다면, 지금 이 전시들이 가장 조용하고 깊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