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80원선을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안정과 구조적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전례 없는 대응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외화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고,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9일 임시회의를 열고 금융기관이 한은에 예치한 ‘외화예금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고,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내년 상반기(1~6월) 동안 전액 면제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번 조치는 전날 정부와 한은이 발표한 외환건전성 규제 완화 패키지의 후속 조치로,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국내에 머물도록 유인책을 강화하는 데 있다. 한은은 그동안 이자를 지급하지 않던 외화지준에 대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목표 범위(연 3.50~3.75%)를 준용해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해외 국채나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던 외화자금을 국내로 되돌려 놓을 수 있도록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백브리핑에서 “은행들이 해외에서 운용하던 단기 외화자금을 한은에 예치해도 수익성이 확보된다면 자금이 국내에 머물 유인이 커진다”며 “은행뿐 아니라 기업과 개인이 보유한 외화예금의 국내 유입을 촉진하는 낙수 효과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기관의 외화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 외환건전성 부담금도 한시적으로 면제된다. 외환건전성 부담금은 금융기관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부과되는 일종의 부담금으로, 잔존만기 1년 이하 외화부채에 대해 은행은 10bp(0.1%포인트), 증권·보험·카드사 등은 5bp씩 부과돼 왔다. 이를 전액 면제하면 해외에서 외화를 차입해 오는 비용이 줄어들어 국내 외환 공급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정부와 한은은 기대하고 있다.
한은은 이번 조치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자본 유출 대응’ 성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 국장은 “현재는 위기 상황에서 급격한 자금 유출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자의 해외 투자가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웃돌며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며 “환율 상승의 근본 배경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은 최근 재개된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와도 맞물려 있다. 한은은 외화지준 이자 지급을 통해 유입된 달러 유동성을 국민연금 스와프 물량 대응에 활용함으로써 정책 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은 외화지준 이자 지급과 부담금 면제 외에도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유예, 외국계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 확대 등 규제 완화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한은은 시장 쏠림이 심해질 경우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통해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고, 추가 대책도 순차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국장은 “당장 환율이 급격히 내려오지 않더라도 외환시장 수급 개선이 점진적으로 관측되고 심리적 안정이 더해진다면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정부와 한은의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계속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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