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통합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전·충남 지역 의원들에게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시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하자며 드라이브를 걸자 더불어민주당은 19일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하고 내년 3월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속도전에 나섰다.
또, 내년 7월 통합시 출범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로드맵도 같은 날 공개됐다. 내년 1월 초까지 통합법안을 마련하고 법률안 공청회와 법안 심사를 통해 2월 중 법률안을 공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소속 현역 대전·충남 단체장이 통합특별시에 적극적이고, 국민의힘도 통합 특례 법안을 이미 발의한 상황인 만큼 통합에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만일 내년 지방선거 전에 대전·충남 통합특별시가 출범한다면 선거 판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불리할 것이 없다는 입장인 가운데 여권에서는 첫 통합특별시를 차지하기 위해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차출론이 현실화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李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해야" '5극 3특' 차원서 통합 추진
행안부, 업무보고서 "통합특별시 전폭 지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대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대전과 충남의 통합을 거론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지방정부의 통합이 쉽지 않지만,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통합된 자치단체의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대전·충남 통합론'을 거론한 바 있다. 국정과제인 '5극3특' 지방 균형성장 청사진과 맞물려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도 '통합특별시'가 거론됐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통합을 추진하는 지방정부에 서울특별시 수준의 지위를 부여해 초광역 단위 국가균형발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지역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대전충남특별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이 현실화하면 인구 360만명, 지역내총생산(GRDP) 190조원 규모의 초광역경제권이 형성된다. 서울과 경기에 이은 3대 경제권이 되는 것이다.
두 시도는 통합이 완료되면 10년간 5조원 이상의 국비 추가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에 대응할 중부권 경제 중심축을 구축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與, '대전·충남통합특위' 구성…"내년 3월까지 법안 처리"
장철민 "내년 지선 통합 시장 가능성 99% 넘어"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당부 하루 뒤인 19일 대전·충남 통합을 지원하기 위해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발전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하고 관련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충청특위를 설치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고 했다.
충청특위 상임위원장은 황명선 최고위원이, 공동위원장은 대전·충남 지역구 박범계·이정문·박정현 의원과 충북 지역구 이광희 의원이 맡기로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대통령과 대전·충남 지역 의원 오찬 간담회에서 행정 통합을 통해 국가 균형성장이라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확고하게 실천되는 것을 당에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황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추후 위원들을 대전·충남, 시민사회 각계 많은 분들을 모셔서 이재명 정부와 함께 충남·대전특별시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또한 법안까지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진석·박범계·박정현·이정문·이재관·장철민·조승래·황명선 등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충남 통합으로 대한민국 균형 성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겠다"며 "충분한 정보 공개와 숙의·공론화 과정을 통해 통합 논의를 투명하고 책임 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소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국가 균형 성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기 위한 대전·충남 통합을 위한 절차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며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실행 가능한 통합안을 책임있게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광역자치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이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나아가 충북까지 포함하는 중부권 초광역 협력의 기반을 마련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광역 협력의 모범적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충청특위에서 '통합시' 명칭 등을 논의하고 내년 1월 안에 대전·충남 통합 관련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정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법안을 성안하고 숙의 과정을 거치면 아마 1월 말 정도면 1차가 끝날 것"이라며 "2월 중에 공청회도 하면 빠르면 3월 초, 좀 늦어지면 3월 중순 정도에 통과되면 지방선거 일정과는 부딪힘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장철민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대전·충남 통합이 사실상 가시화됐음을 시사하며 "내년 지방선거 때 대전·충남 통합 시장을 뽑을 가능성은 이미 99%가 넘었다"고 말했다.
정부, '속도전' 로드맵 제시…내년 7월 통합시 출범
이날 정부도 행정통합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시에 전달된 통합추진 계획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국무총리실 주재로 중앙부처 특례 협의회를 열어 내년 1월 초까지 통합법안을 마련한 후 여당 발의로 추진된다.
이후 법률안 공청회와 법안 심사를 통해 1월 임시회에 상정, 2월 상임위 법안 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회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통합법률안 공포는 내년 2월 중으로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자치법규 정비 등 통합시 출범 준비절차 등을 거치면 단일 통합시장 선거를 통해 내년 7월 통합시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국힘 "우리가 먼저 법안 발의…늦었지만 입장 바꿔 감사"
대전·충남 통합론은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의 지난해 11월 행정통합 선언이 시발점이다. 이후 1년 가까이 소강상태를 보이다 올해 10월 국민의힘이 대전·충남 통합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장동혁 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 45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민주당과 교육계는 졸속 추진, 공론화 부족, 교육자치 훼손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통합에 반발해왔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라는 시한을 제시하며 여당에게 통합 추진을 당부한 것이다.
이처럼 이 대통령와 민주당이 대전·충남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자신들이 먼저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주도한 이슈라고 못박았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전·충남 통합은 이미 지난 10월에 우리당 성일종 의원을 중심으로 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힘 의원 44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며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도 통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단계"라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추측컨대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이 이슈가 전개되는 게 좀 부러웠던지 물타기용으로 대통령이 이 이슈를 제기한 게 아닌가 한다"며 "그래서 여권의 의제로 가져가려는 의도가 다분히 숨어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는 대전·충남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당내 테스크포스(TF) 등 작업 중에 있다"며 "뒤늦게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대전·충남 통합의제를 가져가려는 대통령실의 의도는 오히려 충정인들의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충청권 경쟁력 강화와 수도권 집중완화라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한 대전·충남 통합에 대해 이 대통령이 화답한 점은 환영한다"며 "다만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광역단체장 한 명을 줄이면 끝난다는 단순한 행정통합으로 접근하는 점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자치단체 권한 배분, 재정구조 설계, 행정구조 개편까지 함께 다뤄야 하는 매우 복합적이고 정교한 국가과제"라며 "국가균형 발전이라는 점에서 여야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정파적 계산이나 선거일정에 앞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통합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성일종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저는 법안발의를 준비하면서 민주당 의원님들께서도 공동발의자로 참여해 주시길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동의해 주시는 민주당 의원님이 한 분도 안 계셨다"며 "그리고 당시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께서는 공개적으로 '상임위에 이 법이 올라오면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이라고 밝히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제가 발의한 법안은 제가 대표발의 한 이후 지난 두 달 간 민주당의 반대로 인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 하고 있었다"며 "이 대통령께서 대전·충남 민주당 의원님들과의 오찬에서 '2월까지 통합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키자'고 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입장을 바꿔 동의해주신다니 감사드린다"고 했다.
성 의원은 "대전·충남 통합은 정치적 계산이 아닌 미래 대한민국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수도권 일극체제로는 지방이 미래로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의 경제규모와 인구 등 외국과 경쟁하려면 자체적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의 생각"이라며 "대통령님께서 화답해 주신 통합이 정치적 이득의 계산이 아닌 미래 대한민국의 큰 그림이라면 이 또한 대안을 내주시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이장우 시장 김태흠 지사 "대통령 행정통합 의지 환영"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지사는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분명한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전시는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여당 국회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한 구상을 밝히신 데에 대해 그 취지에 공감하며 지지한다"면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인사·재정·조직 권한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갖춘 새로운 지방정부를 구현함으로써 지방분권을 완성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장우 시장은 "대전시는 충남,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지역의 강점과 경쟁력이 충분히 반영된 최적의 통합안이 국회에서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통령의 이 같은 뜻은 사실상 대전·충남 통합을 조기 완료하고 통합시장을 선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정부여당이 늦게나마 통합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충남 통합은 계속 강조했듯 수도권 일극체제 심화와 인구감소의 현실을 타개하고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며 "민주당은 앞으로 법안 심의 과정에서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지양하고 대전시와 충남도가 제출한 특별법안의 근간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념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선 구도 요동… '통합 이슈' 누가 더 유리할까
대전 충남 통합이 급물살을 타면서 내년 지방선거 구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2개의 자리가 하나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권에선 대전시장 후보군으로 박범계·조승래·장철민·장종태 의원과 함께 허태정 전 시장이 거론된다.
또, 충남지사 후보군으로는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문진석·박수현 의원과 양승조 전 지사 등의 이름이 오르내려 왔다.
민주당 입장에서 첫 '통합특별시장'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가장 강한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경우 강훈실 실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에선 행정 통합을 주도한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거론되는 가운데 누구로 교통정리 될지 주목된다.
행정 통합이 어느 쪽에 유리할지도 관심사다. 국민의힘은 애초부터 통합을 추진해 온만큼 통합 이슈가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으나 민주당이 통합 성사를 위해 '힘 있는 여당' 프레임을 펼친다면 민주당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참여연대 "대전·충남 행정통합 시민주도 공론화 먼저"
참여연대는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면밀한 검토와 시민 주도의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연대는 18일 논평에서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로 국가 차원의 행정체계 개편과 충청권 생존 전략 필요성에선 공감할 수 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메가시티, 충청권 광역도시연합 등 수많은 담론이 등장했지만, 제대로 된 평가나 근본적 대안 모색 없이 간판만 바꿔 단 격"이라며 "졸속 통합 논의가 가져올 위험성을 엄중히 경계하며, 투명하고 민주적인 공론화 과정을 촉구한다"고 했다.
특히 "대통령의 통합 권유 발언은 자칫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지방자치의 핵심은 지역 주민이 더 많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권한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성과를 위해 통합을 서두르던 일부 단체장들에게 무비판적인 '속도전'의 명분을 주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통합을 주도해온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등을 견제했다.
이어 "대전이 가진 고밀도 도시로서의 문제와 충남의 농어촌 기반 지역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의 성격이 판이하다"면서 "두 지역을 기계적으로 결합했을 때 발생할 비효율과 부작용에 대해 학계와 전문가들의 치열한 검증이 선행돼야한다"고 했다.
연대는 "정치권 주도의 일방적 논의를 중단하고 '민·관·정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화 기구'를 구성해 통합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부작용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검증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먼저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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