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소음 환경은 설비 이상 진단 기술의 오랜 난제 중 하나다. 정상 작동음과 주변 소음, 복합 반사음이 뒤섞인 환경에서는 미세한 이상 신호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AI 음향 기반 산업설비 진단 기업 로아스(LOAS)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든다.
AI 음향 진단 전문기업 주식회사 로아스(대표 이재현)는 독일 최대 응용과학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연구소(Fraunhofer-Gesellschaft) 산하 IDMT(Institute for Digital Media Technology)와 수행 중인 한·독 공동 연구개발 과제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의 국제공동 R&D 프로그램 2단계(Main Research Phase)에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2단계로 진입한 과제의 정식 명칭은 ‘산업 환경 소음 조건에서 이상 탐지를 위한 다중 도메인 특징 융합 기술 개발’이다. 공장과 플랜트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소음·혼합음 조건에서도 설비 이상음을 정밀하게 탐지하고, 이를 분류할 수 있는 AI 음향 진단 핵심 기술 확보가 목표다.
TIPA 2단계 선정에 따라 로아스와 프라운호퍼 IDMT의 공동 연구는 향후 2년 6개월간 이어진다. 1단계에서 개념 검증과 기술 가능성을 확인한 데 이어, 2단계에서는 알고리즘 고도화와 기술 완성도 제고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기술 축적과 공동 연구 기반 구축에 무게가 실린 구조다.
이번 과제는 산업 현장 실증 경험을 보유한 로아스와, 음향 신호처리 및 AI 연구 분야에서 국제적 평가를 받아온 프라운호퍼 IDMT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로아스는 실제 산업 설비에서 축적한 현장 데이터와 상용화 경험을 제공하고, 프라운호퍼 IDMT는 복잡한 음향 환경에서 신호를 분리·분석하는 원천 기술을 담당한다는 역할 분담이다.
프라운호퍼 IDMT 측은 “로아스는 산업 음향 진단 분야에서 기술적 목표가 분명하고 실행력이 뚜렷한 파트너”라며 “연구 방향과 사업 비전이 높은 수준에서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 협력의 실효성을 중시하는 프라운호퍼 연구소 특성상, 국내 스타트업과의 장기 공동 과제 선정 자체가 기술적 신뢰를 반영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공동 연구는 한·독 과학기술 협력 플랫폼인 K-FAST(Korea–Fraunhofer Collaboration Hub for Science and Technology)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K-FAST는 양국 간 공동 연구 기획부터 연구 수행, 후속 협력까지 연계하는 구조로, 단발성 교류에 그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로아스 이재현 대표는 “이번 TIPA 2단계 선정은 로아스의 AI 음향 진단 기술이 연구 가치와 기술 경쟁력 모두에서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라며 “프라운호퍼 IDMT와의 협력을 통해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무인 설비 진단 기술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과제와 관련한 협력 논의는 이미 지난해 독일 현지에서 구체화됐다. 2025년 11월 10일, 독일 프라운호퍼 IDMT 본원에서 로아스 연구소장 홍석진 이사와 박재승 책임연구원이 프라운호퍼 IDMT 소장 요아힘 뵈스(Joachim Bös) 교수를 만나 연구 방향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며 공동 연구가 공식화됐다.
로아스는 이번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지능형 음향 검사 시스템 ‘SMART’, 로봇·드론 기반 무인 설비 진단 관제 플랫폼 ‘ARQOS’ 등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유럽과 중동,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사업화도 검토 중이다.
다만 산업용 AI 음향 진단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분야다. 고소음 환경에서의 정확도와 현장 적용성, 비용 구조를 동시에 확보하지 못할 경우 상용화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한·독 공동 연구가 기술적 성과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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