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의성이 쿠팡 탈퇴를 인증했다.
새벽배송 없이도 살 만하다는 짧은 문장은 가볍게 읽히지만, 그 안에는 지금 한국 플랫폼 산업이 외면해온 질문이 담겨 있다. 우리는 왜 특정 플랫폼을 쓰는가. 그리고 그 플랫폼은 무엇으로 신뢰를 유지하는가.
▲ 김의성 배우
보도는 유독 ‘서울대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반복한다.
그러나 이 사안의 핵심은 학벌이나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아니다. 김의성이 던진 메시지는 훨씬 단순하다.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유출한 기업이 그 이후 어떤 태도를 보였는가, 그리고 그 태도가 소비자에게 어떻게 읽혔는가다.
3370만 명. 쿠팡이 밝힌 유출 규모는 한국 인구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회사의 공식 언어는 “중대한 사이버 보안 사고이지만 영업 중단은 없고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은 없다”는 선에서 멈췄다.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문장일 수는 있다.
그러나 신뢰의 관점에서는 최악의 문장이다. 피해를 입은 주체는 투자자가 아니라 소비자였기 때문이다.
김범석 의장의 국회 청문회 불출석은 이 인식을 더욱 굳혔다. 책임의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경영진, 대신 반복되는 내부 점검과 기술적 설명. 이 조합은 이미 여러 플랫폼 위기에서 소비자들이 학습한 패턴이다. 문제는 사고가 아니라 사고 이후의 태도라는 사실 말이다.
김의성의 탈팡 인증 이후 이어진 ‘탈팡’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이것은 조직된 불매운동이라기보다 개별 소비자의 판단 선언에 가깝다. 당장 불편함은 감수하겠지만, 최소한의 기준은 지키지 않겠다는 선택. 그래서 김의성의 말은 공격이 아니라 조건 제시처럼 읽힌다. “정신을 차리면 다시 가입하겠다”는 문장은 복수의 언어가 아니라 복귀의 조건이다.
▲ 쿠팡물류센터사진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새벽배송’이다. 쿠팡의 상징이자 경쟁력이었지만, 이번 사태에서 새벽배송은 아무런 방패가 되지 못했다. 소비자는 편의 때문에 플랫폼을 쓰지만, 신뢰가 무너지면 편의는 즉시 무력해진다. 배송 속도는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못하고, 할인은 책임을 대신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 쇼핑으로의 이동은 상징적이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위험해 보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택은 언제나 상대평가다. 가장 좋은 서비스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덜 불안한 선택지를 고른다.
이번 사안을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이나 ‘좌우 논쟁’으로 축소하는 순간, 본질은 사라진다. 이것은 플랫폼 거버넌스의 문제이고,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실패이며, 디지털 시대 신뢰 관리의 교과서적 사례다.
김의성의 탈팡 인증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소비자는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제는 명확하다. 책임 있는 설명, 최고 의사결정자의 공개적 사과, 재발 방지에 대한 검증 가능한 약속. 이것이 없다면, 새벽배송이 아무리 빨라도 소비자의 이탈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태도의 전환이다. 탈팡은 끝이 아니라 신호다. 그 신호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쿠팡의 다음 국면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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