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고물가에 1995년 이후 최고 0.75%로 올려…내년에도 인상 기조 이어갈 듯
다카이치 '경제성장' 정책·금융시장 등이 관건…대출금리 상승에 젊은층 부담
(서울·도쿄=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9일 기준금리를 '0.5% 정도'에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0.75% 정도'로 올리면서 양적 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와 결별에 더 속도를 내게 됐다.
일본은행이 이날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는 엔화 약세(엔저)를 배경으로 한 물가 급등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내년에도 임금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미국 관세 정책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견해, 향후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리스크 방지도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의 버블(거품) 경기 붕괴 이후 물가 하락 혹은 정체가 지속되면서 장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빠졌다.
일본은행은 엔저를 통한 수출 확대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계속해서 시행해 왔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대표 격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2년 재집권 이후 시작한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다. 그는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물가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대규모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 구조 개혁 등을 추진했다.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주가 상승, 실업률 하락, 상장 기업 순이익 증가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금융완화 정책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엔화 약세는 수입 제품의 가격 인상을 불러왔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실질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으면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졌고 이는 일본은행은 물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여권에도 상당한 부담이 돼 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12년 일본 경제는 달러당 80엔이라는 역사적 엔화 강세, 디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었다"며 엔화 약세와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현재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양적 완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엔화 약세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경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면서 '아베노믹스와 결별은 필연'이라고 제언했다.
NHK는 일본은행이 이번에 금리를 올린 배경에는 엔화 약세를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면서 일본은행이 경제에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아니라 액셀을 밟는 강도를 약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이 30년 만에 '금리 0.5% 벽'을 깨면서 예금·대출 금리가 올라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젊은 층은 부담이 커지겠지만, 채무를 모두 변제한 노년층은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해설했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엔화 약세 흐름이 수정될지 여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상당수 금융 전문가의 관측이다.
일본은행은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며 양적 완화에서 탈피하는 금융 정상화를 추진할 방침이지만, '책임 있는 적극 재정'과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다카이치 총리와 일본은행의 시각은 상당히 달라 험로가 예상된다.
또 일본은행 금리 인상이 '엔캐리 청산' 움직임을 부채질하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일본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엔캐리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일본의 금리가 오르면 상환 부담이 커져 투자금이 회수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은행이 지난해 7월 31일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인 8월 초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대폭락하고 엔화는 강세 흐름을 보이며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이에 일본은행 측이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하겠다고 발언하자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등 큰 변동이 있었다.
일본과 미국 간 금리 차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엔캐리 청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날 금리 인상 결정 이후 당장 환율·주식 시장에서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이날 기자회견 발언을 전문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따라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금리가 오는 22일부터 적용된다는 점도 변수다.
일본은행이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금융시장 상황, 다카이치 총리와 여당의 의지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choinal@yna.co.kr,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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