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 촌장과 단종 이야기…장항준 감독 "가볍게 다루지 말자는 책임감"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조선의 6대 왕(단종) 이홍위는 열두살의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숙부였던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길에 오른다.
유배지인 영월의 산골 마을 청령포에서 이홍위는 상실과 혼란을 어떻게 삼키고 소화해냈을까.
장항준 감독은 신작 '왕과 사는 남자'에서 청령포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와 어린 단종(박지훈)의 우정을 그려냈다.
엄흥도는 마을이 유배지가 되면 궁핍한 주민들에게 숨통이 트일 거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홍위를 맞이했지만, 점차 삶의 의지를 잃는 그가 자꾸 눈에 밟힌다.
유해진은 19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왕과 사는 남자' 제작보고회에서 "촌장과 왕의 우정, 그 안에 녹아 있는 사람 이야기가 참 좋았다"며 영화를 소개했다.
그는 역사적 인물의 해석을 위해 단종의 실제 유배지였던 영월 곳곳을 돌아다니고, 단종의 무덤인 장릉에도 찾아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유해진은 "장릉에 엄흥도를 기념하기 위한 동상이 있었다"며 "그 동상의 살아있는 눈빛을 기억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장항준 감독은 "처음부터 엄흥도 역할로 떠오른 배우가 단 한 사람(유해진)밖에 없었다"면서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면서도 깊이가 있다"고 평했다.
엄흥도와 이홍위는 신분과 나이 차를 극복하고 애틋한 관계를 쌓아나간다.
유해진은 "배우 박지훈은 어떨 땐 되게 안쓰럽고 동정이 가기도 하는 모습으로 제 연기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줬다"며 "(상대 배우가) 박지훈이어서 제게서 그런 연기가 나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너무 고마운 존재"라고 돌아봤다.
박지훈은 "촬영 당시의 여운이 계속 남아있고, 그리운 마음"이라며 눈시울을 붉히고 뭉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양대군을 보좌하는 책략가 한명회는 유지태가 연기했다. 그동안 여러 사극에서 한명회는 교묘한 술책을 부리는 얍삽한 이미지로 묘사되곤 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풍채 좋고 묵직한 이미지로 그려졌다.
유지태는 "시나리오에서 한명회의 굵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고 단번에 이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한명회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장항준 감독도 "실제 당대의 기록에 한명회가 건장하고 무예가 출중했다는 묘사가 있다"며 "사대부 집안의 후손인 점 등에도 착안해 기골이 장대하고 신념 있는 인물로 그렸다"고 부연했다.
한명회뿐만 아니라 당시 촌락 사람들의 풍속사 등 세부 묘사에도 역사학자들의 조언을 받아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장 감독은 "역사 속 인물들이 나오는 이야기인 만큼 가볍게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홍위의 유배길에 동행하는 궁녀 매화 역할은 배우 전미도가 소화했다. 목숨을 걸고 단종을 따라나선 결연함과 어린 선왕을 지키겠다는 따뜻함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전미도는 "마치 호위무사 같은 마음으로 이홍위를 보필하려고 생각했다"며 "전형적인 궁녀의 모습뿐만 아니라 엄흥도와의 소통 과정에서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미도는 "남녀노소 다 좋아할 만한 영화이고, 모두가 기다렸을 법한 따뜻한 이야기"라며 "극장에 오셔서 시원하게 웃으시고, 마지막엔 묵직한 감동과 여운을 안고 돌아가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해진도 "모처럼 웃음도 감동도 있는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극장에 와서 보시면 '아 극장에 이런 맛으로 오지' 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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