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씨한테 물어보면 돼서 전 점집 안 가요."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장항준 감독은 첫 사극에 도전하며 단종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제안 받았을 때 영화계 사정이 좋지 않았고 사극이란 특수성 때문에 많이 망설였어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단종을 다뤄본 적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얘기 했더니 하라는 명이 내려왔어요(웃음). 워낙 그 분이 촉이 좋으셔서. 잘 나가는 사람 말 들어야죠."
내년 2월4일 개봉하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광천골로 유배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 감독은 19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재치 뿐만 아니라 프로패셔널한 모습도 보였다. "요즘 사극에서 의상이나 분장을 잘못 하면 아주 큰일 나요. 네티즌들이 가만히 있지 않거든요. 의상 전체를 다 직접 제작해서 출연료를 깎기도 했네요(웃음). 또 직접 책을 사서 조선시대 사람들은 몇 시에 일어나고 쉴 때 뭐 하는 지까지 알아봤습니다."
"모든 스태프가 다 유해진씨를 떠올렸어요."
강원도 영월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장 감독은 "촌장 역으로 배우 유해진 밖에 안 떠올랐다"고 했다. "모든 제작진이 엄홍도 역으로 유해진 씨를 생각했어요.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데 있어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니까 작품에서 보면 확실히 깊이가 있어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촌장과 단종의 우정 스토리거든요." 이에 배우 유해진은 "제 사진을 보고 진짜 역사책에 나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다른 영화 스틸컷을 누가 보내줘서 봤는데 제 손 보고 나구나 했어요. 처음엔 엄홍도란 인물 자체를 몰랐거든요. 그래서 성이 엄씨인 지인한테 물어봤더니 집안에서 크게 모시는 조상님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그 당시 엄홍도가 가진 감정이 어땠을지 많이 생각했어요. 실제 유배지가 영월이어서 촬영장을 많이 돌아다니면서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했어요. 한 번은 엄홍도를 기념하는 동상이 있어서 봤는데 눈빛이 정말 살아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눈빛을 기억하려고 했어요."
유해진과 우정을 키우는 단종 역엔 배우 박지훈이 캐스팅 됐다. 그는 앞서 드라마 '약한 영웅'에서 활약한 바 있다. "무기력함을 외적으로 보여주려고 15㎏ 정도 감량했어요. 말랐다 정도라 아니라 되게 야위고 안쓰럽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작품 준비하면서 국궁도 배웠는데 잘 나오려고 계속 연습했어요."
유해진은 이런 노력을 촬영 현장에서 여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제가 걷는 걸 좋아해서 분장하고 촬영 현장까지 2㎞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거든요. 근데 쫓아오더니 같이 걸어도 되냐고 묻더라고요. 작품에 대한 얘기도 하면서 참 괜찮은 친구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연기할 땐 박지훈 씨여서 이런 장면이 나왔다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랄 때가 많았어요. 저한테 영향을 준 게 많아서 지금도 정말 고마워요."
"누구에게나 다 처음이 있잖아요."
단종은 조선 6대 왕으로 12세에 왕위에 올랐지만 수양대군에 이를 빼앗기고 유배돼 17세에 생을 마감했다. 수양대군 왕위 찬탈 과정에 집중했던 기존 작품들에서 벗어나 장 감독은 왕위를 빼앗긴 단종에 초점을 맞췄다. "이렇게 굵직한 이야기를 다뤄본 적이 없었어요. 역사 속 인물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저희끼리도 요즘 좋지 않은 한국 영화계를 다시 일으키자는 말을 했어요. 가벼운 것 같아도 직접 보시면 정말 훌륭한 인물이 많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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