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 제련소 건설' 발표에 영풍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영풍 "최윤범, 사자 입에 머리 들이밀어"…고려아연 "美가 장기적 협력관계 제안"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한 제3자 유상증자를 금지해달라는 영풍 측 가처분에 대한 법원의 심문기일이 19일 열렸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번 유상증자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반면, 고려아연은 미국으로의 전략적 사업 확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9시 50분부터 11시 30분께까지 영풍·MBK가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열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최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기형적인 구조로 이번 유상증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측은 서면을 통해 장밋빛 대미 투자 청사진을 이야기하고 비즈니스 관점에서만 신주 발행을 추진한다고 포장하지만, 이 모든 것에 최윤범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과 미국 전쟁부(국방부)가 합작해 설립하는 크루서블 합작법인(JV)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 10%를 확보하는 점에 대해서도 "출자구조가 이례적이고 기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잘못되더라도 미국 측은 고려아연의 주식을 가져가고, 사업에 대한 보전을 받는다"며 "고려아연이 협상력 우위로 좋은 조건을 낼 수 있었음에도 최윤범의 사익을 위해 주주 이익을 희생시킨 게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윤범이 자기의 경영권을 보전하겠다는 이유로 사자 입에 머리를 들이민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 측은 미국 정부 측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먼저 제안했다며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유상증자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유상증자를 "핵심 광물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미국 정부와 공고한 전략 관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원해서 일회성 투자가 아니라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원한다는 입장"이라며 "일반적으로 제3자 신주 발행은 양자 사이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구축하는 효과적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측은 "미국 정부가 특정 개인을 돕기 위해 수조 원을 투자했을 리 만무하다"라고도 반박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측은 미국이 먼저 지분을 원해서 제안했다고 주장하는데, 그 경위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고 있다"며 석명을 요청했다.
재판부 역시 고려아연 측에 "의견서에 미국 정부가 요청했다고 주장하는데, 뒷받침할 소명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이 오는 12월 26일일 필요가 있느냐"고도 물었다.
고려아연 측은 미 정부 측에서 신속한 진행을 요청했다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려아연에 대한 이사선임을 하는 등의 계획 때문에 12월 이전에 사업이 완료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일단 오는 26일이 납입기일이라 그 전에 결정은 해야 할 것 같다"며 이틀 뒤인 21일을 심문 종결일로 잡았다.
양측의 추가 의견서와 석명 요청 자료를 21일까지 받은 뒤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미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테네시주에 11조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설립하는 현지 합작법인 크루서블JV를 대상으로 약 2조8천51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도 공시했다.
이에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사업적 상식에 반하는 경영권 방어용"이라고 반발하며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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