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석화가 19일 오전 9시 50분경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향년 69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그는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고인은 2022년 10월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3년여간 투병 생활을 해왔습니다. 당시 영국 출장 중 갑작스레 쓰러져 긴급 귀국한 뒤 세 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으나, 항암 치료 대신 자연 요법을 선택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병마와 싸워왔습니다. 영국에 거주하던 두 자녀 김수민, 김수화 씨는 어머니의 병세가 위중해지자 최근 급히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데뷔 전 한국방송 공채 성우로 활동하며 목소리 연기로도 주목받았던 그는, 1977년 "하늘에서 별을 따다~ 두 손에 담아드려요"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CF송을 불러 대중의 귀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곡은 당시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그를 진정한 스타로 만든 작품은 1983년 초연한 연극 '신의 아그네스'였습니다. 윤석화는 이 작품에 총 532회 출연하며 한국 연극 역사상 최초로 10만 관객 돌파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당시 연극계에 '아그네스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켰으며, 이를 계기로 국내 1세대 연극 스타이자 뮤지컬 배우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습니다.

이후 윤석화는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등 한국 초창기 뮤지컬 작품의 성공을 이끌며 뮤지컬 장르의 토대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연극 무대에서도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토카타'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깊이 있는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단순히 배우로만 활동한 것이 아니라, 2010년에는 연극 '나는 너다'를 직접 연출하고 이듬해 영국 웨스트엔드 진출을 성사시키는 등 제작자로서도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연극계 관계자들과 동료 배우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깊은 슬픔을 표했습니다. 윤석화와 오랜 시간 함께 무대를 지켰던 박정자 배우는 "남편으로부터 석화가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편 앞서 18일 밤부터 지인들이 병원으로 마지막 인사를 다녀가며 이별을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전 윤석화는 한 인터뷰에서 "직관과 직감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 사람이 광대라면, 광대 짓이 깊어져서 승화된 사람이 배우"라며 "그래서 배우는 평생 배우는 사람이라야 한다"는 배우관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하루를 살아도 나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만의 철학을 지키며 살았습니다. 칠순을 앞둔 나이에도 무대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그는 2023년 연극 '토카타'에 우정 출연하며 마지막 무대를 빛냈습니다.
빈소는 19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입니다. 유족으로는 남편 김석기 전 중앙종합금융 대표와 아들 김수민, 딸 김수화 씨가 있습니다. 한국 연극과 뮤지컬의 산증인이자 무대를 사랑했던 영원한 아그네스 윤석화의 마지막 가는 길에 연극계와 팬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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