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가 항소심에 거는 희망에서 근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항소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회사가 연명하면 다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데일리 단독 취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이오플로우의 기사회생 여부는 늦어도 내년 2월 나올 항소심 결과로 판가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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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오플로우 vs 인슐렛
코스닥 상장사 이오플로우의 주력 제품으로 이오패치가 꼽힌다. 이오패치는 웨어러블 형태의 일회용 인슐린 펌프로 사용기간은 3.5일에 이른다. 이오패치는 가볍고 생활방수가 가능해 당뇨인들이 이를 피하지방이 많은 신체 부위에 부착한 채 생활할 수 있다.
기존 펜이나 주사기로 인슐린을 주입하던 것 보다 간편하게 이오패치를 착용한 상태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인슐린을 주입해 혈당을 관리할 수 있다. 이오플로우가 등장하기 전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시장은 17년간 미국 인슐렛이 옴니포드 제품으로 독점해왔다. 이오플로우는 전세계적으로 유일한 인슐렛 대항마로 주목받았다.
이 때문에 지난 2023년 5월 미국 메드트로닉이 이오플로우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메드트로닉은 당시 지분율 18.54%에 해당하던 김재진 대표의 보유주식 564만680주를 주당 3만원, 총규모 1692억원에 인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대표로서는 2011년 창업 이후 12년 만에 막대한 엑싯을 할 기회가 열린 셈이었다. 다만 메드트로닉의 거래는 인슐렛으로 하여금 이오플로우를 자세히 뜯어보게하는 일로 이어졌다.
인슐렛은 이오플로우가 인슐렛의 전 고위 임원을 영입해 핵심 영업 기밀을 빼돌렸다는 내용으로 2023년 8월 이오플로우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메드트로닉은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이오플로우는 홀로 인슐렛과의 긴 법적공방을 진행하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해 12월 배심원 평결에서 인슐렛에 4억5200만달러(6337억원)를 지급할 것을 명령 받았다. 매출은 발생하나 아직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이오플로우가 감당할 길이 없는 배상금 규모였다. 나아가 유일한 매출원인 이오패치 제품의 어떠한 생산이나 판매를 영구히 금지하는 명령이 곁들여졌다. 이오플로우로서는 영업을 정지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선고였다.
이는 이후 나온 4월 본심 판결에서 일부 조정됐다. 제품의 판매금지명령과 손해배상이 이중으로 작용함을 감안해 본심 판결의 배상금 규모는 5940만달러(873억원)로 조정됐다. 이는 배심원 평결에서 요구했던 금액의 13% 수준이었다.
이오플로우는 이에 불복, 인슐렛이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던 제척기간이 이미 만료됐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오플로오는 지난 5월 21일 항소를 제기했다. 내년 1월 5일 항소심이 예정돼 있다. 이오플로우는 이르면면 1월 내 늦어도 2월에는 항소심 결과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항소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오패치를 지속할 수 있다. 여전히 공장은 가동되는 만큼 매출도 발생하고 있다. 이오패치는 2021년 4월부터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오패치는 유럽에서 2022년 9월부터 판매되고 있다. 이오패치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임상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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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소 위해 특허권 양도·최대주주 변경도 불사
이오플로우의 현재 재무상황은 좋지 못하다. 올해 3분기 연결보고서상 자본잠식률은 약 2737%, 잔여 현금성 자산은 19억원가량에 그치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매출이 감소한 동시에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구체적으로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3% 줄어든 34억원, 영업손실은 408억원에서 확대된 111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도 372억원에서 1229억원으로 악화됐다. 부채 총액은 1437억원에 달한다.
이오패치 제품에 꾸준히 불량 문제가 제보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케어메디와 큐어스트림 등 개선된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내놓겠다는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왕성하다.
이오플로우는 소송이 일단락되기 전까지는 연구개발(R&D)에 자금을 쏟을 형편이 아닌 만큼 경쟁사들과 속도전에도 밀리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항소를 진행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등록 특허와 출원 중인 미국 특허, 출원 중인 PCT 특허 등을 신생법인 아이피브이(IPV)에 양도해 80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환매 조건부 계약으로 내년 4월 24일까지 260억원에 되사올 수 있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오플로우는 항소심 승소 시 거래재개, 주가상승 등을 발판 삼아 자금 조달을 일으키고 관련 특허를 되사올 계획으로 파악된다.
이오플로우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거래정지 상황에서도 꾸준히 보통주 신주 발행 형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일으키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5월 더블유스퀘어투자조합3호에 주당 1500원으로 5억8000만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헤지펀드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최근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을 대상으로 주당 1200원에 72억원을 투자받았다. 납입일은 오는 17일로 시타델은 이오플로우 지분 14.6%를 확보해 신규 최대주주가 된다. 김재진 대표 지분율은 6.5%로 낮아진다. 시타델은 배정받는 600만주 신주를 1년간 보호예수할 예정이다.
시타델로부터 확보한 자금은 운영자금·채무상환 목적으로 사용된다. 운영자금은 올해 17억원과 내년 25억원을 배정했다. 채무상환의 경우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30억원을 갚는다. 해당 대출은 지난 2023년 12월에 발생했다. 이자율이 4.49%인 점에서 만기가 2029년 8월이나 조기상환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오플로우의 항소심 재판의 법률대리인은 이전과 동일한 쿨리(Cooley)로 알려졌다. 쿨리는 최근까지 연방정부 법무부 차관을 지냈던 엘리자베스 프리로가(Elizabeth Prelogar)가 대표변호사로 선정했다.
이오플로우 관계자는 "항소심은 내년 1월~2월께에 결판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타델에서는 재무적인 관점에서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투자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오플로우는 전체 주식수의 79.5%를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이오플로우 주주들로서는 상장 공모가 1만9000원→메드트로닉 인수 주당가 3만원→거래정지 1490원까지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다.
이오플로우는 지난 3월 21일부터 주가 1490원에 거래가 정지됐다. 이오플로우는 인슐렛과 본심 소송 패소로 인해 계속기업 존속능력 불확실성으로 상장폐지 사유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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