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전자서명 기업에서 인공지능(AI) 기반 계약운영 플랫폼(CLM, Contract Lifecycle Management) 기업으로 확장을 꾀하는 모두싸인은 창립 10년 차 기업으로서 혁신과 개선을 지속하는 조직 문화를 강조한다.
모두싸인은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하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인 분들’을 핵심 인재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현상 유지보다 제품 및 서비스의 지속적 혁신을 통해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경영 철학을 반영한다.
AI CLM 플랫폼으로의 확장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재 확보는 모두싸인이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모두싸인은 AI/ML 엔지니어, 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 등 연구개발(R&D) 핵심 인력과 더불어 B2B(기업 간 거래) 구독 모델 성패를 좌우하는 고객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고객 성공 매니저(CSM, Customer Success Manager)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기술 개발과 함께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핵심인 고객 유지율(Retention) 확보에 중점을 두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보여준다.
모두싸인의 인력 규모는 현재 94명으로 국내 70% 시장을 장악한 기업 규모로는 효율적이지만 2028년 IPO(기업공개)를 위해 요구되는 복잡한 AI CLM R&D, 해외(베트남) 확장, 국내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을 동시에 수행하기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는 분석이 있다. 이에 모두싸인은 올해 자연어처리(NLP) 전문가이자 대규모 대규모 트래픽 처리·AI 기반 추천 및 검색·사기 탐지 시스템 구축 등을 이끌어 온 CTO를 영입하며 핵심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모두싸인의 구체적 매출액은 비공개 상태이나 누적 투자액 300억원 이상을 유치했다는 사실은 국내 유력 투자사들로부터 플랫폼 잠재력과 시장 지배력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싸인은 70%의 시장 점유율을 통해 이미 매우 견고한 반복 매출(ARR) 기반을 확보했다. 그러나 CLM으로의 확장은 단순 고객 수 증가를 넘어 기존 고객의 지출 규모(ARPU)를 확장하고 이탈률을 낮춰 SaaS 기업의 핵심 밸류에이션 요소인 순수익 유지율(NRR)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모두싸인은 기존 전자서명 고객들에게 고부가가치의 CLM 기능을 판매해 고객 생애 가치(CLV)를 높이는 방향으로 재무 모델을 전환 중이다.
모두싸인은 2028년 IPO를 위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시장의 디지털전환에 기여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진출도 고려 중이다. 전자서명 및 전자계약 시장의 폭발적인 확장과 동시에 AI CLM 영역에서도 압도적인 1위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모두싸인은 지난해 진출한 공공시장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1위 지위를 공고히하고 있다. 높은 보안 장벽을 뚫고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며 공공시장 확장도 모두싸인 앞에 있는 기회다.
모두싸인이 공략하는 다른 주력 시장은 국내 부동산 계약 시장이다. 부동산 계약은 계약 건당 가치가 높고 법적 검토 및 장기 보존 중요성이 매우 커서 CLM 솔루션 효용성이 극대화되는 영역이다. 이 분야의 고가치 엔터프라이즈급 계약 고객 확보는 CLM 전략의 성공을 입증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다.
글로벌 진출의 경우 베트남을 우선 순위로 생각하고 있다. 베트남은 아시아 지역의 첫 거점으로 높은 디지털 전환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이 아직 깊이 침투하지 못한 신규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이며 국내 시장에서 입증된 '간편함과 법적 명료성'을 무기로 삼을 계획이다.
CLM으로의 확장은 기술적 완성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AI CLM은 AI가 계약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리스크를 추출하며 기존 ERP/CRM 시스템과 완벽하게 연동되는 수준을 요구한다.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고객의 복잡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CLM 플랫폼 전환은 높은 R&D 투자 비용만 발생시키고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위험이 있다.
또한 모두싸인이 CLM 개발에 집중하는 동안 국내외 경쟁사들이 전자서명 기능을 저가에 제공하거나 틈새 시장을 공략하며 시장 점유율을 위협할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
글로벌 CLM 시장 강자인 도큐싸인(DocuSign) 등은 막대한 자본력과 R&D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의 엔터프라이즈 공략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이들이 국내 법적 적합성을 완벽히 해소하고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경우 모두싸인은 국내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위치를 위협받을 수 있다.
이처럼 모두싸인의 제품 및 시장 확장 전략은 분명 리스크를 동반하지만 다른 관점으로는 모두싸인이 이미 이런 문제점에 대해 파악하고 대내외적 대비를 한 뒤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열린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 당시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를 비롯한 핵심 인원들은 모두싸인의 전략에 대한 리스크 지적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이미 해당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8년 IPO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무제표와 높은 성장세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현재 매출액 비공개 상태를 벗어나야 하며 CLM 개발 및 해외 진출에 따른 막대한 비용 지출이 단기적인 수익성을 악화시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자계약 플랫폼은 근본적으로 종이 없는(Paperless) 업무 환경을 조성해 환경(E) 측면에서 높은 기여도를 인정받는다. ESG 평가에서 모두싸인이 확보할 수 있는 본질적 강점이다. 모두싸인은 E-순환거버넌스와 같은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폐전자제품 회수 및 재활용 활동에 대한 인증서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환경 관련 성과를 정량화할 수 있다.
단 IPO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환경 외에 사회(S)와 지배구조(G) 영역에서의 강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현재 모두싸인의 ESG 관련 공개된 사회공헌 활동 정보는 타 대형 기관 사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성공적 IPO를 위해 기업 고유의 사회공헌 활동 및 기여도를 명확히 정립하고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 또한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독립성 확보, 내부통제 강화 등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G) 확립은 시장으로부터 기업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모두싸인은 국내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지만 2028년 IPO는 국내 시장에서의 승리가 아닌 글로벌 CLM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요구한다. AI CLM 플랫폼의 기술적 완성도와 더불어 공공시장과 부동산, 해외진출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재무적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 IPO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업계 전문가는 “모두싸인의 앞에 놓여진 과제는 ‘속도’와 ’인재 확보’ 싸움이다. CLM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리스크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며 “모두싸인의 다음 3년은 ‘70% 점유율의 안정성’을 버리고 ‘AI CLM 플랫폼으로서의 도약’을 선택하는 고난도의 과정이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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