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사망한 가족의 심리부검에 참여한 유족 중 80%는 고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9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연구용역을 받아 백석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자살 유족 심리부검 참여 증진방안' 연구보고서엔 지난 9~10월 심리부검 참여 유족 100명과 미참여 유족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심리부검이란 자살 사망 원인 파악과 유족 심리지원을 위해 자살자 유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조사를 말한다. 국내에선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2015년부터 자살유족을 대상으로 심리부검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심리부검은 자살예방정책 수립을 위한 핵심적 근거자료로 사용되지만 우리나라의 연간 유족 참여율은 전체 자살사망자의 1% 정도로 저조한 상황이다.
연구진이 심리부검 참여 유족 100명을 대상으로 참여의 직접적인 동기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93%는 '고인이 죽음에 이르게 된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서', 86%는 '죽음에 관한 이유를 알고 싶어서' 라고 밝혔다.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싶다거나, 애도 과정에서 경험하는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을 받고 싶어서 참여했다는 응답도 많았다.
심리부검 참여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7.6점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인의 죽음에 관한 이유를 알게 되는 것, 고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 고인에 관한 이야기를 충분히 털어놓는 것 등 세 가지 측면에 있어서 각각 10명 중 8명이 만족했다고 답해, 관련 참여 동기가 잘 충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부검이 애도과정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점수는 평균 7.5점으로 나왔다. 절반 가량이 8~9점에 집중됐는데, 심리부검 이후 더 힘들어졌다는 응답도 소수지만 있었다.
심리부검 참여 유족 중 78%는 다른 유가족에게 심리부검을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개선사항으로는 심리부검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 안내 및 홍보 강화, 개인정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밀보장 장치 마련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들의 정신건강 수준은 평균 6.9점이었고, 현재 경험하고 있는 정신건강 어려움으로는 우울함, 수면문제, 불안 등이 있었다.
이들에게 '심리부검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를 물었을 땐 (고인 사망 후) '7~12개월'을 꼽은 이들이 35%로 가장 많았다. 평균은 14.3개월로 조사됐다.
한편 심리부검에 참여하지 않은 유족들 가운데 60.7%는 '심리부검' 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다고 했다. 의미를 정확히 인지한 이들은 48.7%로 그보다 낮았다.
심리부검 참여를 권유 받았으나 참여하지 않은 유족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땐, 굳이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76%)거나 낯선 사람과 고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불편하다(72.7%)는 응답 비중이 높았다. 고인에 대한 감정이 너무 복잡해서, 자살유족이라는 사실이 알려질 것이 염려돼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도 상당수였다.
미참여 유족의 정신건강 수준은 10점 만점에 평균 6.5점으로 심리부검 참여 유족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역시나 수면문제, 우울, 불안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심리부검에 가장 적절한 시기는 고인 사망 후 평균 22.2개월로, 참여 유족의 평균보다 더 후반부로 나타났다.
미참여 유족 역시 참여 유족과 마찬가지로 정확하고 구체적인 안내, 비밀보장 장치 마련 등이 심리부검에 있어 중요하다고 봤다. 신청 후 신속한 면담,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면담 장소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이와 같이 개선이 이뤄질 경우 심리부검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선 44%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응답이 31.3%로 부정응답(20%)보다 많았다.
연구진은 심리부검 참여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홍보 경로 다양화, 면담 접근성 개선, 참여자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조사 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들은 "심리부검을 거부하는 경우 시기에 따른 유족의 심리와 적응 정도, 낙인감의 내재화, 정신건강 상의 취약성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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