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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18일 은행권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제재심은 ‘대심제’ 방식으로 은행과 금감원이 각각 의견을 내고 법리 공방이 오가며 진행된다. 양측은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해당성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입장을 주고 받았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으며 향후 3~4차례 추가 심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관건은 2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의 경감 여부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소법 위반행위와 관련된 과징금 부과기준율은 매우 중대한 사안은 65~100%, 중대한 사안은 30~65%, 경미한 사안은 1~30%를 반영한다. 은행들은 이 ‘중대성’ 수준을 낮추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또 사후적 피해회복 노력 시 기본과징금의 50% 이내에서 감액이 가능하고, 사전예방 노력 등 추가 사유를 충족할 경우 최대 75%도 감면이 가능하다는 점도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ELS 손실 관련 자율배상 대상자 가운데 96%에 대해 총 1조 3000억원에 달하는 배상액을 지급해 사후구제를 위해 노력했으며 동일 또는 유사한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감원에서 높은 수준의 제재안이 확정되더라도 금융위에서 다시 한번 ‘부당이득 10배 초과분 감액’ 규정을 들어 과징금 경감을 다퉈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위는 과징금 결정 시, 과징금이 부당이득의 10배를 초과할 경우 감액할 수 있다.
은행권으로서는 과징금을 낮추지 못할 경우 자본건전성과 대출 여력 모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과징금은 운영리스크로 분류돼 확정된 과징금의 약 600%(6~7배)의 RWA를 쌓아야 한다. 업계에선 금융지주들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포인트(p) 안팎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제재안이 확정되더라도 은행권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과거 DLF 손실 사태 관련 금융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인적제재가 내려졌으나 행정소송을 통해 대법원에서 뒤집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원 대상 인적제재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은행권으로선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은행권이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ELS 같은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을 노후 대비 자금 운용을 원하는 은퇴자에게 권유한 경우 적합성 원칙을 위반한 셈이다. 또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거나 ‘예금과 거의 같다’는 수준으로 말했다면 설명의무 위반이 된다.
한편 금융당국도 ELS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금융사들이 소비자 본인의 투자 성향과 맞지 않는 상품에 가입하려고 할 경우, 그 경우를 구체적으로 적은 ‘부적정성 판단 보고서’를 작성해 제공할 것을 명시했다.
이날 H지수 ELS 관련 첫 제재심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향후 제재심이 3~4차례 추가로 열릴 전망이다. 이후 제재안이 결정되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와 정례회의를 거쳐 내년 1분기 중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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