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계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국가 성장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첨단 기술 경쟁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민관 협력을 통해 AI를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삼아 잠재성장률 3% 달성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 공개됐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8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조찬 간담회에서 "AI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부총리급으로 위상이 격상된 과기정통부의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반도체·자동차·에너지·바이오·콘텐츠·클라우드 등 국내 산업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진과 임원 등 250여 명이 참석해 AI를 둘러싼 산업 현안과 제도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이 한자리에 모이며, AI를 매개로 한 민관 공조의 무게감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 부총리는 기조 강연에서 "올해는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첨단 AI 인프라 확충,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협력 확대, 전략적 투자 유치 등을 통해 AI 3강 도약을 위한 최소한의 토대를 마련한 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는 단순한 기반 구축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과 원천 기술을 신속히 확보하고 이를 산업 전반에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조·방산·바이오·문화콘텐츠 등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주력 산업을 AI 혁신의 시험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 제시됐다. 생산 공정의 지능화, 신약 개발 속도 혁신, 국방 시스템의 고도화, 콘텐츠 제작 방식의 전환 등 산업별 특성에 맞춘 AI 활용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배 부총리는 "각 산업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현장 경험이 AI와 결합될 때,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정부의 AI 비전에 공감하면서도 현장 중심의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AI 도입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인프라 구축 비용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실제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 중소·중견기업 대상 AI 인프라 공동 활용 모델 △ 고품질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규제 개선 △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AI 확산 정책 등이 건의됐다.
데이터 규제와 제도 정비에 대한 요구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기업들은 "AI 경쟁력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지만, 현행 제도는 활용 가능성과 불확실성이 공존한다"며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역시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간 균형을 전제로, 제도 개선 논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간담회는 AI를 둘러싼 논의가 기술 담론을 넘어 국가 성장 전략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AI를 통한 생산성 혁신 없이는 잠재성장률 회복이 어렵다는 인식이 정부와 기업 사이에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 부총리는 "AI는 특정 산업이나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며 "정부는 제도와 인프라를 책임지고, 기업은 현장에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역할 분담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AI 혁신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 실행력을 높이고, 기업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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