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게임] K리그의 권위보다 심판의 사정이 더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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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게임] K리그의 권위보다 심판의 사정이 더 중요한가

풋볼리스트 2025-12-18 18:02: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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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엠블럼.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 엠블럼.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가 규정 위반 심판에게 징계에 해당하는 행정 조치를 내렸으나 '보여주기식' 솜방망이 대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징계 실효성에 공표 방식까지 여러 면에서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최근 사전 논의 없이 언론사 인터뷰에 응한 심판에게 3개월간 경기 배정 정지 행정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축구협회가 1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심판위원회 산하 심판평가협의체는 심판규정 제20조 제4항과 심판/평가관/강사 행정처리 기준 제5항에 의거,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징계 수위가 턱없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지고, 발표 방식 역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문을 자아낸다. 우선, 축구협회는 징계가 아닌 행정조치 내용을 발표하면서, 전문 어디에도 대상자 이름을 표기하지 않았다. 특정 개인에 대해 징계 조치를 공표하는 문서에서 그게 누구인지 표기하지 않는 건 비상식적이다.

이름을 명기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축구협회는 "다 아는 사안이라 명기하지 않았다"면서 "공정위 징계 때 당사자 동의 없이 이름 공개를 하지 않는 관행을 따랐다"고 답했다. 

또한, 대상자인 김우성 심판의 징계 수위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축구협회는 김 심판에게 최대 3개월 배정 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히면서, 효력 발생일을 12월 16일로 지정했다. 즉, 3월 16일부터는 다시 심판 배정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2026 K리그 개막일은 2월 중순에서 말 사이로 예정되어 있다. 한마디로, 실질적인 징계 배제 기간은 1개월 남짓에 불과한 셈이다. 

축구협회도 이에 따른 반론을 의식한듯, 징계 공지 게시물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첨언했다.

#. 3개월 징계의 실효성
프로 심판이라고 해서 프로 경기만 관장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비 시즌의 경우 프로팀의 전지훈련이나 K3-K4 전지훈련이나 대학팀의 연습경기등에 배정을 받습니다.
심판은 기본적으로 고정급여가 없고 모든 경기에서 경기별로 수당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비시즌에는 K리그 외 대회 배정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이 모든 배정이 막히기 때문에 현재 K리그 비시즌이라 징계 효력이 없다는 것은 사실과는 다릅니다.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K리그 심판이 K리그와 관련된 이슈로 규정을 위반해 발생한 징계다. 그런데 '3개월 징계'의 적용기간 대부분을 K리그 비시즌에 맞추고는 "각종 전지훈련이나 대학팀 연습경기 배정에서 제외되므로 생계 유지에 곤란을 줘 징계 효력이 있다"고 주장하는건 어불성설이다. 

심판위원회는 심판 징계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같은 주장을 반복한다. 대부분의 심판은 별도 소득이 없기 때문에 배정 정지 조치는 가혹한 처사라는 논리다. 오심으로 인해 경제적 손해가 발생한다면 심정적으로는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승부는 절대선이다. 그리그 승부의 결과는 조작되어서도, 오심에 의해 오염되어서도 안된다. 그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면 합당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

징계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건 선수나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2025시즌 K리그2에서는 월급 240만원인 선수가 퇴장으로 부과된 제재금 200만원을 할부로 냈다. 위반에 대한 처벌은 그 자체로 합당하게 이뤄져야 한다. 징계가 당사자들의 사정을 감안해 수위가 오르내린다면 적합한 조치라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위반자에 대한 자연인으로서의 안타까움을 징계 공지에 구구절절 늘어놓는 모습은 심판위원회의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규정위반자에게 내리는 징계는 대상자에게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게 목적이 아니다. 위반에 합당한 징계를 통해 재발을 막고, 규정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조치다. 실효성 떨어지는 징계를 내리면서 사족을 다는 모습은 심판위원회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김우성 심판이 행정조치까지 받게된 것은 반복된 위반 행위 때문이다. 타노스 코치 인종차별 논란과 관련, 김 심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반복적으로 규정을 위반했고 나아가 지상파 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또 한 번 규정을 무시했다. 또한, 인터뷰가 논란이 되자 인터뷰인줄 모르고 통화했다는 거짓말 의혹도 있다. 

김우성 주심. 서형권 기자
김우성 주심. 서형권 기자

축구협회의 이번 행정조치를 통해 징계를 받는 인물을 감싸고, 위반자의 행위로 상처입은 K리그 팬들을 무시했다. 심판의 위반 행위로 피해를 입은 것은 K리그 팬들이지만, 행정조치 발표문에 담긴건 위반자의 생계에 대한 걱정과 과장된 징계 효력뿐이었다. 

심판의 권위는 매우 중요하다. 심판이 권위를 잃고 위험에 노출될 때, 결국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스포츠 그 자체다. 그렇기에 오심이나 위반에 대해서는 더욱 명확한 조치가 필요하다.  나아가 오심과 위반을 줄이려는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게 바로 심판의 권위를 세우는 첩경이다. 안타깝지만 자연인으로서 심판들이 겪는 경제적 곤란은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할 일이다. 혹은 축구협회에서 심판들의 처우를 개선하면 된다. 오심이나 위반을 범하고도 생계를 빌미로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심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다.

K리그2 전남드래곤즈는 명백한 골이 오심으로 취소된 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패배했다. 결국 그 경기에서 잃어버린 승점이 전남의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을 가로막았다. 당시 심판위원회는 기계 탓을 하며 어물쩍 넘어갔다.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어처구니없는 오심이었지만 피해는 오롯이 전남 구단과 전남 팬의 몫이었다.

이번 징계는 축구협회와 심판위원회가 자정 노력의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K리그의 권위보다 규정을 위반한 심판의 개인적 사정을 더 걱정하는 대한축구협회의 공지문이, 단순한 실망 그 이상의 낭패감을 주는 이유다.

글= 서형욱 풋볼리스트 대표, MBC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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