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님의 꿈에서 시작된 와인 '클라랑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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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의 꿈에서 시작된 와인 '클라랑델' 이야기

에스콰이어 2025-12-18 17:44:53 신고

3줄요약
로버트 룩셈부르크 왕자가 클라랑델의 제로보암 보틀을 들고 있다.

로버트 룩셈부르크 왕자가 클라랑델의 제로보암 보틀을 들고 있다.

① 오브리옹의 영감을 받아 탄생한 와인

도멘 클라랑스 딜롱(Domaine Clarence Dillon)의 '클라랑델'의 라벨에는 'Inspired by Haut-Brion'이라 적혀 있다. '오 브리옹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와인'이라는 것. 그런데, 이 표어는 꾸미기 위한 말장난이 아니다. 역사를 보자. 1935년 미국의 금융가이자 프랑스 문화 애호가였던 클라랑스 딜롱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 페삭 레오냥 지방의 '샤또 오브리옹'을 인수한다. 1530년 퐁탁 가문에 의해 설립되어 수 차례 주인이 바뀌었으나 그 명성만은 변함 없는 고귀한 5대 샤또인 바로 그 샤또 오브리옹이다. 이때 클라랑스 딜롱이 자신의 이름을 따 와이너리를 함께 설립하는 데 그게 바로 도멘 클라랑스 딜롱이다. 이후 딜롱 가문은 샤또 오브리옹을 중심으로 샤또 라 미숑 오브리옹, 샤또 퀸투스까지 사들이며 4대에 걸쳐 거대한 와인 제국을 건설한다.

3대인 조앤 딜롱의 뒤를 이어 클라랑스 딜롱을 이끌기 시작한 로버트 룩셈부르크 왕자가 클라랑스 딜롱에 합류한 뒤 회장직을 승계한 것은 2008년. 그런데, 이 로버트 왕자님은 낭만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과거에 헐리우드에서 각본가의 꿈을 키웠던 남자이며 룩셈부르크 왕가 중 귀족이 아닌 사람과 결혼한 유일한 남자다. 그리고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런던에 살던 젊은 시절, 저는 셀러가 없었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 후 바로 마실 수 있고 이전 빈티지와 항상 유사한 맛을 가진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원했어요." 로버트 왕자의 말이다. 그렇게 와인 나라의 회장이 된 왕자님은 도멘 클라랑스 딜롱에서 새로운 브랜드 '클라랑델'을 론칭한다.

그 어떤 의미에서도 도멘 클라랑스 딜롱의 '클라랑델'은 단순한 세컨 와인이 아니다. 일단 15~20%의 샤또 오브리옹 포도를 사용한다. 오브리옹의 밭은 다른 5대 샤또와는 달리 민가로 둘러싸여 있어 확장이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당연히 생산량도 한정적이다. 게다가 와인 메이킹에도 오브리옹의 와인 메이커들이 참여한다. 샤또 오브리옹의 와인 메이킹을 책임지는 장 필립 델마스가 매니징 디렉터를 맡아 테크니컬 디렉터인 장 필립 마스클래프와 함께 직접 테이스팅과 블렌딩에 참여하며 오브리옹 스타일의 양조를 지켜내고 있다. 사실 상 오브리옹의 와인 메이커들이 만든 와인인 셈이다. 수 많은 세컨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와인과의 연결성이 무너진 채 그 이름만 달고 출시되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매우 드문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소 5~6년의 병 숙성을 거쳐 출시되어 “구매 즉시 마실 수 있으면서도 그랑 크뤼의 품격을 갖춘 와인”이라는 왕자님의 꿈도 분명히 이뤄내고 있다.

샤또 라 미숑 오브리옹의 모습.

샤또 라 미숑 오브리옹의 모습.

② 클라랑델과 영화

클라랑델이 다른 보르도 와인 브랜드와 뚜렷이 구분되는 또 다른 지점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한 문화적 존재감이다. 클라랑스 딜롱의 딸인 조앤 딜롱은 룩셈부르크의 찰스 왕자와의 사이에서 룩셈부르크의 로버트 왕자를 낳았고, 앞서 언급한 이 로버트 왕자가 지금의 도멘 클랑랑스 딜롱을 이끌고 있다. 로버트 왕자는 와이너리에 합류하기 전 지금의 아내와 함께 헐리우드에서 각본가의 꿈을 키웠는데, 당시 스티븐 스필버그의 에이전시에서 이들의 각본에 관심을 보였을 정도로 본격적이었다. 영화를 향한 로버트 왕자님의 애정은 도멘 클라랑스가 전달하는 메시지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와인은 단순히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서브되는 것을 넘어, 영화 속 장면과 서사를 통해 ‘프랑스적 삶의 방식’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기능한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클라랑델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낭만을 오가는 이야기의 정서적 배경으로 등장하며 파리라는 도시가 지닌 시간의 층위를 암시하는 장면에 클라랑델이 등장하고,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현대적이고 세련된 파리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이는 클라랑델이 지향하는 ‘Art de Vivre’, 즉 와인·미식·예술·일상이 결합된 프랑스식 삶의 태도를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장치기도 하다. 더 나아가 클라랑델은 2023년, 2024년에이어 제97회아카데미시상식(2025) 공식 와인파트너로 선정되어 오스카 시상식에서 서브되는 유일한 와인으로 자리잡았다.

클라랑델 시네마 리미티드 에디션의 모습.

클라랑델 시네마 리미티드 에디션의 모습.

③ 클라랑델 시네마

'클라랑델 시네마'는 도멘 클라랑스 딜롱이 4년 동안 오스카 시상식와 맺은 파트너십을 기념하는 한정판 에디션이다. 이름 그대로 ‘시네마’는 클라랑델이 오랜 시간 구축해온 영화와의 관계를 와인 한 병 안에 응축한 콘셉트로, 영화를 향해 열렬히 구애해 온 브랜드의 서사를 담고 있다. 잔에 따르면 우리가 보통의 보르도 와인에서 상상하는 과도한 구조감이 아닌 부드럽게 정돈된 타닌, 절제된 과실미, 그리고 길지 않지만 우아한 여운을 인상적으로 남긴다. 클라랑델 시네마와 함께 추천하는 것은 클라랑델 블랑이다. 소비뇽 블랑의 본토인 보르도의 화이트가 가진 복합미는 신세계 소비뇽 블랑들이 과시하는 압도적인 과실향에 지친 당신의 팔레트를 나긋하게 어루만져 줄 것이다.

보르도 블랑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클라랑델 블랑의 이미지 컷.

보르도 블랑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클라랑델 블랑의 이미지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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