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을 때 가장 답답한 순간은 언제일까. 기계적인 목소리가 "원하시는 업무를 말씀해 주세요"라고 묻지만, 조금만 복잡한 이야기를 꺼내면 "잘 못 알아들었습니다"라는 답변만 되돌아올 때다. 결국 상담원 연결을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풍경이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가 챗GPT로 유명한 오픈AI(OpenAI)의 기술을 빌려 사람처럼 대화하고 일까지 처리해 주는 똑똑한 AI 전화 서비스를 내놨기 때문이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LG유플러스는 국내 최초로 오픈AI의 기술을 활용한 생성형 AI 기반의 구독형 서비스 '에이전틱 콜봇(Agentic Callbot)'을 출시했다. 이번 서비스의 핵심은 이름에 붙은 에이전틱(Agentic)이라는 단어에 있다. 기존의 AI가 단순히 정해진 규칙대로만 대답하는 수동적인 존재였다면, 에이전틱 AI는 마치 유능한 비서처럼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능동적인 기술을 뜻한다.
그동안 우리가 접했던 규칙 기반(Rule-based) 콜봇은 한계가 명확했다. 사전에 입력된 시나리오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대응하지 못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어도, 사람마다 다른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시된 에이전틱 콜봇은 차원이 다르다. 거대언어모델(LLM)과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LLM이 수많은 데이터를 미리 학습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 능력을 갖췄다면, RAG는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답변하는 기술이다. 덕분에 별도의 사전 학습 없이도 다양한 표현과 상황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다.
이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병원 고객센터를 예로 들어보자. 환자가 전화를 걸어 "내일 예약을 모레로 미루고 싶다"라고 말한다. 기존 콜봇이라면 상담원을 연결해 줬겠지만, 에이전틱 콜봇은 다르다. AI가 직접 전화를 받아 기존 예약 기록을 확인하고, 변경 가능한 시간을 찾아 환자와 조율한다. 예약 변경 처리를 시스템에 입력한 뒤, "변경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확인 문자까지 환자에게 발송한다. 상담의 시작부터 끝까지 AI가 혼자서 완결하는 셈이다.
이 서비스는 병원뿐만 아니라 제조, 유통, 서비스, 대학, 각종 시설 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센터에서 활용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기업 고객들이 이 서비스를 도입하면 상담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업무 처리의 완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상담원들은 단순 반복 업무에서 해방되어 더 중요하고 복잡한 상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LG유플러스 직원이 Agentic 콜봇(Standard)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 LG유플러스 뉴스룸
물론 AI가 똑똑해진 만큼 보안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에이전틱 콜봇의 안정성을 위해 고객과의 대화 내용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가드레일을 적용했다. 또한 대시보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담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통계를 낼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운영 품질을 관리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AI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내년에는 '에이전틱 콜봇 프로(Pro)'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앞으로 오픈AI의 멀티모달 기술을 기반으로 말하기, 듣기, 추론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STS(Speech-to-Speech) 기능도 선보인다. 텍스트를 거치지 않고 음성 그 자체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기술로,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자연스러움을 목표로 한다.
정영훈 LG유플러스 기업AI사업담당 상무는 이번 출시에 대해 "고객 상담의 복잡성을 AI로 해결해 상담사가 본업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오픈AI의 다양한 기술을 적극 활용해 완결형 상담 경험을 제공하는 에이전틱 AI 컨택센터(AICC)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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