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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DF1·DF2(향수·화장품·주류·담배) 사업권 입찰설명회를 열었다.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국내 면세 4사와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인 스위스 아볼타가 참석했다. 설명회 참석이 곧 입찰 참여를 의미하진 않지만, 공사가 예정가격(최저수용가능 객당 임대료)을 낮춘 만큼 대부분 사업자들이 입찰에 나설 전망이다. 이번 입찰 예정가격은 DF1 5031원, DF2 4994원으로 2023년 대비 각각 5.9%, 11.1% 낮아졌다. 입찰 마감일은 내년 1월 20일이다.
다만 과거와 같은 과열 양상은 감지되지 않는다. 한때 ‘황금알’로 불리던 인천공항 면세 사업권이 이제는 ‘계륵’에 가깝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진 영향이다. 지난 2023년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예정가격 대비 60% 이상 높은 금액을 써내 사업권을 따냈지만, 매월 60억~80억원대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지난 9~10월 각각 위약금 약 1900억원을 물고 철수했다. 공사가 예정가격을 낮췄지만 “과거처럼 무리한 베팅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면세산업의 구조적 악화가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객단가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과거 면세 매출을 떠받치던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신 올리브영·다이소를 찾는 MZ세대 개별 여행객이 주류로 자리 잡은 영향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면세 4사의 영업손실 합계는 약 2800억원에 달했다. 롯데면세점 1432억원, 신라면세점 697억원, 신세계면세점 359억원, 현대면세점 288억원으로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긴축과 효율화를 병행하는 흐름도 업계 뉴노멀이다. 인력 구조조정이 대표적이다. 롯데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신세계면세점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올해 들어서도 신라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이 추가 인력 조정에 나서며 비용 절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정비 부담이 큰 면세산업 특성상 인건비 조정은 가장 직접적인 손익 개선 수단으로 꼽힌다. 업계 전반에서 ‘버틸 수 있는 체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분위기다.
점포 전략 역시 축소보다는 재편에 가깝다.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초 부산점을 폐점했고, 현대면세점은 7월 말 동대문점 영업을 종료했다. 무역센터점도 기존 3개층에서 2개층으로 규모를 줄였다. 공항과 도심 핵심 거점을 제외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수익성이 검증된 점포에 역량을 집중하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제 출점 자체가 리스크가 되는 구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단순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K뷰티·K컬처를 결합한 체험형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한창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7월 명동점에 K푸드·K디저트 체험공간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를 열었고, 상반기 식품 매출이 40% 증가했다. 신라면세점은 뷰티 클래스와 브랜드 협업 상품을 통해 체류형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으며, 롯데면세점도 한국콜마와 손잡고 명동본점에 체험형 ‘K뷰티관’ 오픈을 준비 중이다. 매출 규모보다 ‘체류’와 ‘경험’의 중요성이 커진 영향이다.
이 같은 체질 개선 노력은 점차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기준 롯데면세점은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현대면세점도 동대문점 폐점 이후 수익 구조가 개선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비용 절감 효과가 반영되며 적자 폭을 100억원 이상 줄였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공항 사업권을 무리하게 따내던 방식은 이제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이번 입찰 역시 외형 확대나 입찰가 경쟁보다 손익이 맞는 구조인지를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예정가격이 낮아졌다고 해도 임대료와 인건비, 마케팅 비용을 함께 고려하면 과거처럼 공격적인 베팅을 할 유인은 크지 않다”며 “사업성 검증이 전제되는 입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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