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채용 시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12월 셋째 주를 기점으로 유한양행, OCI, hy 등 업계 선두권 기업들이 일제히 신입 및 인턴 채용 공고를 내걸며 인재 확보 전쟁에 돌입했다.
이번 채용 시장의 특징은 단순히 사람을 뽑는 것을 넘어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를 적극 활용해 실무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기업들의 의지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전통의 제약 강자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오는 22일까지 2025년도 신입(인턴) 및 계약직 사원을 모집한다. 학술, 제품분석, 신약 개발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무 위주다. 신입의 경우 2개월간의 인턴 과정을 거친 후 최종 평가를 통과해야 정규직 자리를 꿰찰 수 있어, 사실상 현장 검증이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화학 전문 기업 OCI도 같은 날까지 채용연계형 인턴 지원을 받는다. HR, 영업, 품질관리 등 핵심 부서에서 일할 인재를 찾고 있다. 내년 1월부터 곧바로 인턴 근무가 가능해야 하며, 영어 성적 제출을 필수로 두고 있어 글로벌 역량을 갖춘 지원자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 전문 기업 경농은 23일까지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관리와 영업을 넘어 연구 및 생산 파트까지 전방위적인 모집에 나섰다. 4년제 대졸(예정)자라면 지원 가능하지만, 근무 지역별 배치가 명확해 연고지나 근무지에 따른 전략적 지원이 요구된다.
식음료 업계의 강자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영업관리와 R&BD 분야 등에서 채용연계형 인턴을 모집한다. hy의 전형은 다른 기업보다 까다롭다. AI 인성검사를 거쳐 직무 OJT를 수행한 뒤 임원 면접을 한 번 더 거쳐야 정규직 전환 기회가 주어진다. 단순 면접보다는 실제 직무 현장에서의 적응력을 보겠다는 취지다.
철강 전문 기업 동국씨엠은 서울 근무가 확정된 재무와 회계 파트 인력을 채용한다. 28일까지 접수를 받으며, 하루 만에 모든 면접 과정을 끝내는 '1DAY 면접' 방식을 도입해 지원자들의 부담을 줄였다. 이외에도 외국계 헬스케어 기업 켄뷰코리아가 6개월 장기 인턴십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데이터 분석 및 마케팅 인재 확보에 나섰다.
최근 기업들이 정기 공채보다 수시 채용과 인턴십을 선호하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높은 학점과 어학 점수가 합격의 보증수표였다면, 지금은 '당장 실무에 투입 가능한가'가 최우선 순위다.
취업 플랫폼 관계자는 "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교육하는 비용을 줄이고 현업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인턴십 과정을 강화하고 있다"며 "구직자 입장에서는 인턴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정규직 취업만큼이나 어려운 관문이 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채용연계형 인턴 제도가 구직자들에게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를 오롯이 지원자에게 전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이 인재를 검증할 권리는 있지만, 청년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저임금으로 단기 노동력을 활용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다.
본격적인 2026년 상반기 시즌이 시작된 만큼, 지원자들은 각 기업의 인턴십 기간과 정규직 전환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본인의 커리어 로드맵에 맞춘 신중한 지원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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