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핵심광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패권을 쥐고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 희토류 등 희소 광물 시장을 지배하는 중국이 보복 카드를 꺼내 들자, 미국은 한국, 일본 등 우방 8개국과 함께 중국을 배제한 전략 광물 공급망 '팍스 실리카'를 출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전략산업 공급망 자립을 위해 민간 기업에 대한 직접 지분투자에 나선 가운데, 고려아연이 핵심 파트너로 선택됐다. 미국이 자국 진출을 지원하면서 지분 투자까지 병행하는 방식은 이례적이다.
고려아연의 테네시 제련소 건설은 바로 이 역사적 전환점에서 탄생한 프로젝트다. 미국 전쟁부 및 상무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추진되는 이번 사업은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자립, 경제안보 강화, 나아가 한미간 공급망 협력의 모범사례로 떠오를 전망이다. 실제 고려아연은 우리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서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번 투자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번 투자는 양국 간 경제적 신뢰를 한층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주주 전체의 이익 측면에서도 이번 사업은 명백한 호재다. 11조원 규모 투자 중 미국 측이 90% 이상을 부담하고, 고려아연은 10% 미만의 출자로 연간 1.3조원 EBITDA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미국 내 비철금속과 핵심광물 수요는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노후 제련소 폐쇄와 환경 규제로 공급은 줄고 있어 향후 제련소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물론 합작법인 차입 과정에서 연대보증 부담이나 건설·운영 리스크 분담 구조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4년의 공사 기간을 포함해 긴 시간에 걸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고 차입금도 저리의 미 정부 정책 자금이라 재무적인 충격을 우려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영풍-MBK측은 "졸속 검토"라고 비판하지만, 8월부터 수개월간 심도 있는 검토가 진행됐고, 이사회 전 2차례 4시간 이상의 사전 설명회가 열렸다. MBK·영풍 추천 사외이사도 참석했다고 한다. 영풍-MBK측은 "미국 제련소 건설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가처분을 제기하고 이사회에서 반대했다.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현재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 측에 비해 지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신주발행 후에도 이들의 우위는 변동이 없다. 그런데도 "주주가치 훼손"을 운운하는 것은 일반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경영권 탈취라는 자신들의 목표가 좌절될까 두려워하기 때문인 듯하다.
고려아연은 아연 등 세계 1위 비철금속 업체이자, 탈중국 공급망의 핵심기업으로서 중요성이 부각되는 회사다. 이번을 기회로, 조선에 이어 광물이 양국 경제동맹을 굳건히 다지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업의 미래 성장과 국가 경제안보를 외면한 채 경영권 분쟁에만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도약할 천재일우의 기회를, 사익에 눈먼 경영권 분쟁으로 날려버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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