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건설업계의 사업 환경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정부의 ‘민간 주택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가 본격화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친환경 주택 기술 고도화로 대응에 나섰지만, 고비용 설비 적용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분양가 부담이라는 현실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정부는 2050년까지 ZEB 에너지 자립률을 100%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민간 주택 부문까지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업계가 에너지 절감 효과와 사업성 사이에서 현실적인 균형점을 찾는 이유다.
◇민간 주택 ZEB 의무화…친환경 기술 경쟁 가속
ZEB는 고단열·고효율 설비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에너지 자급형 건축물’을 의미한다. 지난 6월 민간 주택을 대상으로 ZEB 제도가 시행되면서, 건설사들은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고효율 설비, 태양광 통합 기술을 중심으로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자체 개발한 스마트 BEMS를 기반으로 ZEB 인증 요건을 충족하는 통합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있다. DL이앤씨도 기존 친환경 주택 기술을 ZEB 기준에 맞춰 패키지화하며 기술 경쟁에 가세했다. 롯데건설 역시 태양광 전문업체와 손잡고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BIPV) 개발에 나서는 등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대응 역량 강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공사비 상승 압박…분양가 인상 요인으로
문제는 비용이다. ZEB 적용을 위해 고단열·고기밀 자재와 신재생 설비를 도입하면서 인력 투입과 관리 공정이 늘어나 공사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고스란히 분양가 상승 요인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는 LH 공동주택 ZEB 5등급 사례 분석을 통해 전용면적 84㎡ 기준 세대당 추가 건설비용을 약 130만원 수준으로 추산했지만, 실제 민간사업은 세대당 200만~300만원 이상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승분이 장기적인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로 상쇄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환경적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공사비 부담이 과도해질 경우 사업성이 훼손돼 신규 사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절감과 비용 부담 사이…‘균형점’ 찾기 과제
정부는 에너지 자립률을 단계적으로 높여 2050년에는 사실상 완전한 제로에너지 주택 체계를 구축하는 만큼, 건설업계는 에너지 절감 효과와 소비자 수용 가능 분양가 사이에서 현실적인 접점을 찾아야 한다.
대응 여력의 격차도 변수로 작용한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기술과 협력 생태계를 이미 구축해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이 있지만 중견·지방 건설사들은 외부 기술 의존도가 높아 비용 압박이 훨씬 크다”며 “ZEB 기준 강화가 장기적으로 건설 시장의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ZEB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분양가 규제 완화, 금융 지원, 인허가 인센티브 등과 연계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한 규제 강화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부담 완화와 기술 투자 유인책 병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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