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는 구조조정 방안으로 SK지오센트릭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가동 중단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측이 대한유화와 에쓰오일에 다른 방식의 ‘고통분담’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각사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력안인 SK의 설비 중단에 따른 원료·중간재 공급 재편과 원가 수준 조정, 파이프라인 협조 등 후속 협력 사안을 두고 SK지오센트릭·에쓰오일·대한유화가 구체적 역할 분담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SK지오센트릭 측은 자사 설비를 폐쇄하는 유력안에 대해 특정 기업에만 부담을 전가하는 취지는 안된다고 선을 긋고 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한 회사만 부담을 떠안는 구조로는 울산 산단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3사가 모두 일정 부분의 희생을 감내해야 상생 가능한 사업 재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2021년 가장 노후한 21만톤 규모 NCC 설비를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에 참여한 바 있다”며 “이번에도 SK만 공장을 폐쇄하고 손해를 감수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전했다.
반면 에쓰오일 측은 경쟁력을 잃은 노후 설비 정리는 자구 결과일 뿐 타사에 추가 희생을 요구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에쓰오일과 대한유화는 석유화학 호황기였던 시기에 설비 효율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제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다”며 “반면 설비 노후화와 경쟁력 저하 문제가 누적된 일부 사업자의 구조조정은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구조적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특정 기업의 설비 폐쇄를 ‘희생’으로 표현하고 이를 공동 부담이나 타사의 양보 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자칫 경쟁력 격차에서 비롯된 문제를 외부로 전가하려는 프레임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3사가 의뢰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울산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으로는 노후·소규모 설비인 SK지오센트릭 NCC를 폐쇄하는 안과 3사가 생산량을 분산 감축하는 안을 포함한 3~4개 안이 함께 제시된 걸로 알려졌다.
이 중 여러 회사가 조금씩 감축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세 곳 중 가장 노후하고 생산량이 적은 SK의 NCC를 정리하는 방안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유력안 채택을 위해서는 나머지 두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력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울산 산단 내 원료·중간재 공급 구조 전반의 재편이 필수적”이라며 “SK가 NCC를 중단할 경우 에틸렌·프로필렌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만큼, SK는 납사를 대한유화에 공급하고 대신 대한유화나 에쓰오일이 기초 원료를 SK에 공급하는 방식이 하나의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러한 공급은 SK가 기존에 자체 생산하던 원가 수준을 넘어서서는 의미가 없고, 가격과 물량뿐 아니라 파이프라인 등 물리적 인프라 협조까지 전제되지 않으면 설비 폐쇄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논의의 핵심은 설비 문제가 아니라 공급 조건 전반에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수와 대산 등 다른 석유화학 산단들이 구조조정안의 큰 틀을 마련하면서 사실상 남은 곳은 울산뿐이다.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조인트벤처 설립과 NCC 설비 1기 폐쇄를 골자로 한 구조조정 방안을 두고 막바지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천NCC도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 간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번 주 안에 정부에 감축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대산 산단은 롯데케미칼·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이 지난달 말 구조조정안을 이미 제출하며 사실상 정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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