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가 있다. 바로 무다. 놀라운 건, 무도 '구이'로 즐길 수 있다는 거다.
무를 굽는다는 발상, 왜 겨울에 더 잘 어울릴까 국에 넣어도 좋고, 조림이나 생채로 먹어도 맛이 깊다.
한국적인 사찰 음식을 만들어 유명해져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도 출연하는 선재스님 역시 언 무 구이를 유튜브 영상에서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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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겨울 무를 아예 불에 구워 먹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은 아직 낯설다. 이름도 단순하다. 무 구이다.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맛과 영양은 생각보다 꽤 인상적이다.
무 구이가 흥미로운 이유는 조리 과정에서 무의 성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생무는 아삭하고 매운맛이 있지만, 불에 닿는 순간 수분이 서서히 빠지면서 단맛이 올라온다. 겨울 무는 기온이 낮을수록 당분을 많이 축적해 자라는데, 이 당분이 열을 만나면 캐러멜화되면서 고구마처럼 달큰한 풍미를 낸다. 그래서 아무 양념 없이 구워도 맛이 밋밋하지 않다.
무에는 소화를 돕는 효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특히 겨울철 기름진 음식이나 고기 섭취가 잦을 때 무를 함께 먹으면 속이 한결 편안해진다. 구이로 조리하면 생으로 먹을 때보다 위에 자극이 적어 속이 약한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따뜻한 성질로 바뀌어 겨울철 몸을 데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유튜브 'KBS 다큐'
실패 없이 맛있게 굽는 법,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 너무 얇으면 수분이 금세 날아가 질겨지고, 너무 두꺼우면 속까지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두께로 썰어주는 것이 적당하다. 껍질은 영양이 풍부해 가급적 벗기지 않고 깨끗이 씻어 사용하는 게 좋다.
조리 방법은 어렵지 않다. 프라이팬이나 오븐, 에어프라이어 모두 가능하다. 팬에 구울 경우 약한 불에서 천천히 익히는 것이 핵심이다. 처음부터 센 불을 쓰면 겉만 타고 속은 설익는다. 기름은 아주 소량만 사용해도 충분하다. 무 자체에서 수분이 나오기 때문에 눌어붙을 걱정도 크지 않다.
양념은 최소한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소금 한 꼬집만으로도 무의 단맛이 살아난다. 여기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거나, 마지막에 간장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풍미가 달라진다. 버터를 조금 얹어 마무리하면 아이들도 잘 먹는 메뉴가 된다. 고기 반찬의 곁들임으로도 손색이 없다.
유튜브 'KBS 다큐'
무 구이는 활용 범위도 넓다. 그대로 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샐러드 위에 올리거나 파스타 토핑으로 써도 어색하지 않다. 된장이나 고추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구운 채소 특유의 고소함이 배가된다. 고기를 줄이고 싶은 날, 무 구이는 훌륭한 대안이 된다.
보관 중인 무가 애매하게 남았을 때도 무 구이는 유용하다. 무청은 이미 다른 요리에 쓰고 몸통만 남았을 때, 국이나 조림이 부담스럽다면 구이가 가장 간단한 선택이다. 냉장고 속에서 오래 보관해 수분이 조금 빠진 무일수록 구웠을 때 단맛이 더 진해진다.
겨울 무는 흔해서 오히려 가볍게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조리법 하나만 바꿔도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무 구이는 재료의 계절성을 가장 잘 살리는 방식이다. 특별한 기술도, 복잡한 양념도 필요 없다. 이번 겨울, 무를 썰어 불 위에 올려보자. 평범한 채소가 이렇게 달고 깊은 맛을 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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