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명절과 연말이면 시흥시 과림동 행정복지센터를 조용히 찾는 한 사람이 있다.
수년째 한결같은 마음으로 후원금을 전하며 이웃의 삶을 보듬어 온 주은종씨(61)다. 그의 이름 석 자는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에게 친숙하고 든든한 이름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과림동 토박이인 주씨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그의 선조인 신안 주씨 집안 3대의 선행을 기리는 ‘적선비(積善碑)’가 세워져 있다. 선조들의 선행에 감복한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세운 이 비석은 현재 ‘시흥시 향토유적 제17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마을에 오래 이어져 온 나눔의 전통을 상징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이웃이 어려우면 돕는 게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누군가가 힘들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이 나서고 마을의 문제는 함께 해결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이러한 공동체의 질서는 그가 성인이 된 후 삶을 바라보는 태도의 기반이 됐다.
회사 생활을 하다 동네에서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주씨의 일상은 변화했다. 사람을 마주하는 일이 늘었고, 어려운 이웃의 모습도 더 자주 보였다.
주씨는 “생각보다 어렵게 생활하는 이웃들이 곳곳에 많다”며 “그럴수록 ‘내가 조금 더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시나브로 그는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사는 이웃’의 마음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남을 돕는다는 생각보다는, 우리 동네를 함께 지킨다는 마음이 더 컸다.
이미 자발적으로 기부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주민자치위원회의 활동 제안을 받으며 봉사의 폭을 넓혔다. 벌써 5년째다.
위원으로서 그가 맡고 있는 역할은 주로 환경 정화와 마을 가꾸기다. 과림동은 공업지역과 맞닿아 있는 특성상 방치된 공간과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아 꾸준한 손길이 필요한 곳이다.
주씨는 풀베기, 주변 정비, 마을 점검 등을 자발적으로 돕고 특히 어르신들이 머무는 공간도 수시로 살핀다. 주민자치위원회 회의에서도 1년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며 환경 개선 아이디어를 적극 제안한다.
그는 “동네가 조금이라도 깨끗해지면 주민 표정도 달라진다. 이런 작은 변화가 결국 지역의 힘이 된다”며 동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역 주민들이 그를 더 기억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매년 100만원에서 300만원 상당의 현금 및 쌀 기부를 수년째 실천하고 있다.
기부는 대부분 명절과 연말에 이뤄지며, 저소득 가정과 청소년 장학금 지원에 사용된다. 그의 조용한 선행은 지역에서도 인정받아 국회의원 감사패는 물론 시장상, 시의회의장상 등 여러 표창으로 이어졌다.
주씨는 기부를 ‘행사’가 아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지켜야 할 약속’이라며 “금액의 크기가 중요한 건 아니다. 내가 먹고 살 만큼 있으면 조금이라도 나누자는 마음”이라고 웃어 보였다.
이어 “한 번만 마음을 내보면, 그다음부터는 계속하게 된다. 그저 옆 사람 한 번 바라보는 게 봉사의 시작”이라며 “할 수 있을 때까지 지역사회를 위해 꾸준히 나눔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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