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3 지방선거는 서울, 부산이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두 곳 모두 국민의힘이 현직이고 민주당이 도전자다. 현직 프리미엄은 엄존한다. 가뜩이나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들이다.
과거 서울은 민주당이 강남 3구에서의 열세를 최소화하면 이길 수 있었지만 부동산 폭등으로 젊은 세대와 서민층이 경기도로 대거 이탈했다. 경기도는 쉬운 지역이 됐고 서울은 어려운 지역이 됐다. 부산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당에 투표하겠다'가 '야당에 투표하겠다'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이거 믿으면 바보다. 투표날 손이 그냥 보수정당으로 가는 동네다.
그런데 참 요상한 게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은 기존 박주민, 서영교, 전현희, 박홍근, 홍익표에 최근 박용진, 정원오, 김영배 등 넘쳐나는데 반해 부산시장 후보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하나다. 그나마 통일교 논란으로 위기 상황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김민석 총리는 차기 당대표로 방향을 굳힌 듯하고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지율이 예상보다 오르지 않았다. 서울시민들이 충청지역 정치인을 달가워할 리가 없다. 호사가들은 '조국 차출론'을 들먹이지만 조 대표는 말이 없다.
정치에도 지역 불균형, 이유는?
우선 조국. 서울시장 후보를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민주당이 그 자리를 왜 양보하나. 논할 가치가 없다. 조 대표의 고향이 부산이니 부산시장에 도전해야 한다는 말이 있어왔다. 특히 부산 언론에서. 만약 '조국 부산시장'이 가능하다면 조국혁신당 사람들에겐 '행복 시작'이다. 광역단체장이 공식적으로 앉힐 수 있는 자리가 300개쯤 되고 관변단체, 협회까지 넓히면 그 두 배가 넘을 것이다. 한마디로 '관직 풍년'이 혁신당에 들이닥칠 것이다. 그러나 조 대표는 정치의 변방으로 밀려나게 된다. 변방의 광역단체장 하려고 조 대표가 혁신당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치에도 지역 불균형이 있는데 많이 심하다. 수도권조차 변방이다. 오직 서울이다. 2014년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은 마땅한 경기지사, 제주지사 후보가 보이지 않자 남경필, 원희룡 의원을 각각 차출하려 했는데 이때 두 사람은 도망 다녔다. 결국 후보로 징발돼 당선됐지만 중앙 정치인에겐 서울 외 지역은 유배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를 발판으로 대통령에 올랐지만 그건 이재명 개인의 능력이지 경기지사라는 자리가 만들어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김동연 현 경기지사도 만약 대권을 노린다면 다음 보궐선거에 출마해 여의도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서울시장을 했거나 도전했던 박원순과 박영선은 고향이 경남 창녕이고 안철수는 부산이다. 그런 그들조차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결심을 멀리했다. 정원오의 경우처럼 구청장을 하더라도 서울에서 해야 조선일보가 인터뷰를 실어준다.
서울·부산, 그래서 누구?
부산 같은 험지는 특히 시장 후보가 좋아야 구청장, 시의원 도전자들에게 힘이 된다. 그런데 거의 유일한 후보로 여겨졌던 전재수의 출마가 불투명해지자 부산 민주당은 난감해졌다. '부산 전재수, 경남 김경수'라는 큰 그림부터 흐트러진 것이다. 일찌감치 출마 준비에 나섰던 최인호 전 의원은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공모에 지원하면서 방향을 틀었고 박재호 전 의원은 본인이 선수로 뛰기보다는 선거 전략을 구상하던 중이었다.
두 가지다. 하나는 전재수가 혐의를 빨리 털고 출마하는 것, 아니면 박재호가 후보로 나서는 것. 박재호는 중도 확장력은 물론 부산의 보수에도 거부감이 없는 인물이다.
서울은 후보군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인물은 우선 박주민. 올해 하반기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나 당원 인기투표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상법 대표발의에서 보듯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의료사태 당시 중재자 역할도 돋보였다. 반면 중도·보수층에 강성 이미지가 쌓였다는 게 숙제다.
또다른 인물은 돌풍의 정원오. 대통령의 트위터 언급으로 유명세를 얻기도 했는데 구청장 3선을 하며 정치에서 한 발 비껴 있었기에 가장 '민주당스럽지 않은 인물'이라는 게 강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세훈에 가장 앞서는 후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 '구청장급'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게 숙제다. 정원오가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박주민과 정원오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아직도 외부 차출론을 들먹이는 이들이 있다. 외부 영입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가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브이 제로'까지 세트로 왔다. 열심히 준비해 실력대로 평가받는 게 온당하다. 한겨울 만주벌판에서 후보를 찾아야 하는 영남과 달리 후보 풍년에도 감사할 줄 모르고 엉뚱한 데 가서 사람 구하러 다니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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