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이충재가 보여준 다른 방식의 출판기념회...책을 파는 자리가 아니라 도시를 토론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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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이충재가 보여준 다른 방식의 출판기념회...책을 파는 자리가 아니라 도시를 토론하는 자리

월간기후변화 2025-12-18 07:58:00 신고

보통의 출판기념회는 정해진 공식이 있다. 긴 축사, 짧은 저자 인사, 기념 촬영, 그리고 조용한 해산. 책은 상징이고 행사는 의례에 가깝다.

 

지난 13일 광양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이충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특보의 출판기념회는 이 익숙한 공식을 거의 따르지 않았다. 대신 질문이 중심에 놓였고, 대화가 행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 좌로 부터 이진우 군산대 특임교수, 이충재 작가,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이날 행사는 책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도시를 놓고 생각을 나누는 북토크에 가까웠다. 이충재 특보가 신간을 통해 던진 문제의식은 광양이라는 도시가 어디에 서 있고, 앞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됐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와 이진우 전 호원대 교수는 축사를 대신해 질문을 던졌고, 시민들은 듣는 관객이 아니라 토론의 일부가 됐다.

 

이충재 특보는 광양이 걸어온 산업의 역사부터 짚었다.

 

철강과 항만이라는 기반은 도시를 성장시켰지만, 세계 산업 환경이 바뀐 지금 그 구조만으로는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철강 경기 둔화, 항만 경쟁 심화는 더 이상 추상적인 위험이 아니라 광양이 직접 마주한 현실이라는 설명이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단순한 산업 유치가 아니었다. 금호동 주택단지 이전을 계기로 약 100만 평 규모의 공간을 재배치하고, 그 안에 새로운 산업과 교육, 주거, 문화 기능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구상이었다. 산업 정책과 도시 정책, 인구 정책을 따로 보지 말자는 제안이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교육과 인구 문제로 이어졌다. 청년 유출과 교육 기반 약화는 어느 지역에서나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이날 논의는 보다 구체적이었다.

 

이충재 특보는 교육을 단순히 학교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환경과 돌봄, 문화 인프라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이 머무는 도시는 일자리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공유됐다.

 

행사 중반에는 12.3 비상계엄 시도 당시의 경험도 언급됐다.

 

이충재 특보는 당시 지방에 머물고 있었지만 상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서울과 지역을 오가며 연대 활동에 참여했고, 그 과정이 ‘12.3 민주헌정수호 특별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는 선언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지켜지는 질서라는 그의 말은 도시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맞닿았다. 도시의 변화 역시 시민의 일상과 분리될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후반부로 갈수록 문화의 역할이 논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광양은 명량, 극한직업, 서울의 봄, BTS 뮤직비디오 등 여러 작품의 촬영지였지만, 그것이 도시의 브랜드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문화 자산을 소유하는 것과 활용하는 것은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지점에서 이충재 특보가 제시한 힙합월드리그 구상이 소개됐다. 전남 추진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그는 지역 공연장과 청년 창작 공간을 직접 방문하며 문화 기반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문화와 힙합의 세계관을 결합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연 이벤트가 아니라 인재 발굴, 창작 생태계 구축, 새로운 산업 모델로 이어지는 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예술중과 예술고 등 지역 교육 자원이 문화산업과 연결될 때, 광양이 창작 인재를 배출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었다.

 

행사의 마지막은 결론보다 질문에 가까웠다. 광양은 어떤 도시가 될 것인가, 산업 재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문화는 어떻게 시민의 삶으로 돌아오는가. 이 질문들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충재 특보는 도시의 리뉴얼을 설계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로 정의했다. 누군가가 대신 답을 써주는 도시가 아니라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시의 중심에는 개발 지표가 아니라 시민의 행복한 삶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김태균 전남도의회 의장과 다수의 도의원·시의원, 시민사회와 노동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국회 일정으로 현장에 오지 못한 인사들은 영상 축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행사에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축사의 이름보다, 질문이 오가던 시간이었다.

 

 

이날의 출판기념회는 책을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도시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제안에 가까웠다. 박수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대화로 이어지는 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이전의 출판기념회와는 분명히 다른 풍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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