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를 계기로 불법하도급 처벌 강화 기조에 힘이 실린 가운데, 정부가 과징금 최저선을 하도급 대금의 4%에서 24%로 상향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건설업계는 불법하도급 근절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체계가 미비한 중소 하도급사를 중심으로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17일 국토부에 따르면 불법하도급 규정 위반시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과 하도급 참여제한 등 행정처분을 강화한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전날 입법예고 됐다.
개정안은 영업정지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리고, 과징금 최저선을 전체 하도급 대금의 4%에서 24%로 대폭 올렸다. 공공건설공사 하도급 참여 제한도 최대 8개월에서 2년으로 늘어났다.
최근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하도급을 산업재해 원인으로 규명하고 근절 의지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정부가 지난 8월부터 50일간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전국 1814개 현장 중 95곳(5.6%·262건)에서 불법하도급이 적발됐다.
유형 별로는 재하도급이 121건으로 가장 많았다. 무등록자에 대한 하도급 112건, 무자격자에 대한 하도급이 29건으로 뒤를 이었다.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저렴한 하청업체를 찾다 보니 불법 발주까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재하도급을 만드는 기본적인 원인"이라며 "하도급 단계가 추가되면서 실질적으로 시공하는 업체들이 안전관리 소홀과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광주 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희생자 4명이 모두 하청업체 직원으로 드러나면서 불법하도급 및 재하도급에 대한 단속 및 형사처벌 강화는 물론, 행정처분 강화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문제는 대형 건설사가 아닌 중소업체다. 하도급사에게 과징금 24%는 치명적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수도권의 A 중형건설업체 관계자는 "하도급 계약 한 건에 2~3% 이익이 나오는 게 현실인데, 대금의 24% 과징금을 받으면 회사 전체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형 건설사는 하도급사들을 연간 사전등록해 기준대로 이행할 관리시스템을 갖췄지만, 중소업체 태반은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도 업계 우려를 더하는 부분이다. B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ESG 보고서도 매번 작성하고 기준대로만 이행하면 문제가 생길 수 없는 구조여서 중대재해법 과징금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위반 행위에 대한 고의성 판별 기준 없이 단순히 과징금의 최저한도만 높이는 것은 현장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도급법에서는 위반 행위에 대한 중대성·고의·과실 등을 따져서 과징금을 산정하는데, 현재 건산법 개정안에는 이 같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처벌보다는 현장 계도부터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산법은 재하도급 예외 사항을 두는데 다른 승인 조건을 갖춰놓고 절차 일부를 누락한 상황에서 중대성, 고의성을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체계가 미비한 소규모 사업체가 발주자 사전 승인 등에서 절차 하나를 누락해 단속에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 같은 경우도 똑같이 24%의 과징금을 적용 받으면 억울하지 않겠느냐"며 "중대재해처벌법도 있는 상황에서 근절 방법을 처벌 위주로 가져가는 건 과하게 처분이라는 인식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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