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넘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당 안팎에서는 “이대로 가면 설 명절 전이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단순한 리더십 논란이 아니라, 지도부 자체가 유지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더 크다. 조기 낙마 가능성,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가장 직접적인 신호로 꼽히는 것은 최고위원 줄사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네 명 이상이 사퇴하면 지도부는 자동으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현재 최고위원 구성은 반탄파 세 명과 찬탄파 두 명이다. 계산상으로는 반탄파에서 최소 두 명이 이탈해야 장동혁 체제가 무너진다. 지금까지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지만, 정치권에서는 “상황이 급변하면 태도 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과 TK를 기반으로 한 일부 최고위원은 여론과 선거 지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의원 총회 역시 잠재적인 방아쇠다. 계엄 1년을 맞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필요하다는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25명이었지만, 개별적으로 사과 입장을 밝힌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과반을 훌쩍 넘는 6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장동혁 체제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의원은 소수에 가깝고, 다수는 관망 상태라는 것이 당 안의 공통된 평가다. 이 관망 세력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의총 소집과 퇴진 결의는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된다. 숫자가 쌓이면 대표 개인의 의지는 더 이상 버팀목이 되기 어렵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친윤 세력과 중진 의원들의 기류다. 원조 친윤으로 분류되는 윤한홍 의원의 공개 비판은 상징성이 컸다. 장동혁 대표를 탄생시킨 정치적 토대 자체에서 균열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혔기 때문이다. 당내 주류를 형성해 온 친윤 세력이 비대위 전환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장동혁 체제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여기에 중진 의원들의 움직임이 더해지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중진들의 영향력이 큰 정당이다. 4선 이상 의원만 해도 두 자릿수에 이르는 만큼, 이들이 저울추 역할을 할 가능성은 무시하기 어렵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출마 예정자들의 불안과 반발도 중요한 변수다. 이미 당 안에서는 “이 상태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계엄 사과와 중도 확장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지방선거 후보들이 장동혁 대표를 간판으로는 선거가 어렵다고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낼 경우, 지도부는 더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천 명에 이르는 출마 예정자들의 불만은 단순한 내부 의견이 아니라 선거 전략 자체를 뒤흔드는 문제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장동혁 대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보수 유튜브 채널 출연에서 “저만의 계획을 가지고 꿋꿋하게 나아가겠다”고 밝힌 발언은, 불법 계엄 옹호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일체화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보수 성향 유튜버 단체 출범식 참석 검토 역시 같은 연장선으로 읽힌다. 당내에서는 “일부 극우 지지층에 기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의 시선은 점점 장 대표 개인의 계산으로 향하고 있다. 뚜렷한 지역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이라도 확실히 붙잡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도 노선으로 선회해도 한동훈이나 이준석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오히려 우경화로의 급선회를 부추겼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과거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현재의 행보는, 정치적 신념과 역사 인식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고 있다.
장동혁 체제를 둘러싼 위기는 단순히 한 대표의 거취 문제를 넘어선다. 당이 어떤 노선을 선택할 것인지, 중도 확장과 극단화 사이에서 어디에 설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설 명절 전이라는 데드라인이 거론되는 이유는, 시간이 갈수록 선택의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미루기만 하던 질문에 답해야 하는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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