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특허로 소송 남발 특허 트롤···'합의금 뽑아내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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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특허로 소송 남발 특허 트롤···'합의금 뽑아내기' 전략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18 05:3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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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혁신 생태계를 파괴하는 '반경쟁적 특허 트롤'

 특허 시스템은 발명자에게 배타적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사회적 계약이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 지식재산권 시스템은 이 근본 목표에 역행하는 '반경쟁적 특허 트롤(Anti-competitive Patent Troll)'의 공격에 직면했다. 이들은 기술 개발이나 제품 생산 없이 특허권을 무기로 경쟁사를 상대로 천박한 소송을 남용하며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 행위를 한다.  

 이른바 '특허 주장 주체(PAE)'나 '비생산 특허관리기업(NPE)'의 하위 유형인 트롤들은, 파산된 부실기업의 특허 등을 저가에 매입한 뒤 이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대기업뿐 아니라 방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까지 위협한다. 이들의 공격적인 법적 전술은 특허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전 세계 정보 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안겼다. 실제로 미국에서만 지난 10년간 특허 트롤 소송이 500% 증가했다는 통계는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혁신이 아닌 '합의금 뽑아내기' 전략

 반경쟁적 특허 트롤의 비즈니스 모델은 혁신이나 제품 개발보다는 오직 소송을 통한 가치 추출에 의존했다. 이들은 '법적 차익거래(Legal Arbitrage)'와 '정보적 차익거래(Information Arbitrage)'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수익을 극대화한다.

첫째, 트롤들은 스스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피소 기업으로부터 역공을 당할 위험이 전혀 없다. 이 구조적 특성 덕분에 평판 손상이나 보복의 두려움 없이 경쟁사의 라이벌을 대상으로 특허를 전면적으로 주장할 수 있었다.

둘째, 트롤들은 기업들이 침해 제품에 대한 특허를 찾는 비용이나 법적 불확실성 등 '정보 실패'로부터 이익을 얻으려는 기회주의적 전략을 구사했다. 이들은 특허의 실제 가치나 사전 기술에 대한 기여도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으로 특허권을 강제하려 시도했다. 이들의 주된 목표는 소송 방어 비용 자체가 트롤의 강력한 무기가 되는 법적 그림자 속에서 협상된 라이선스 조건이나 합의금을 통해 주된 경제적 효과를 얻는 것이었다. 

 특히 이들은 특허 침해 주장의 근거가 되었던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컴퓨터에 적용하는 특허처럼 부실하거나 광범위한 특허를 전략적으로 확보하여 많은 수의 잠재적 피고를 생성했다. 

치명적 대가: R&D 위축과 중소기업의 절규

반경쟁적 트롤이 시장에 미치는 가장 치명적인 영향은 '시장 점유(Hold-up) 효과'와 '혁신 저해(Chilling) 효과'를 통해 나타났다.

트롤들은 기업이 이미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제품을 상용화한 시점에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불공정한 조건을 강요했다. 이러한 홀드업 메커니즘은 기업들이 특허 소송의 높은 가능성을 우려하여 수익성이 높은 혁신이나 상업화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초래했다. 

이러한 특허 트롤 소송은 혁신 기업의 R&D 지출을 위축시켜 미국 경제에서만 연간 600억 달러 (약 77조 4,000억 원) 이상을 유출시키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자금은 본래 연구 개발에 투자되어야 할 자원이었다. 

 피해는 특히 중소기업에게 불균형적으로 심각했다. 비생산 특허관리기업(NPE) 소송의 피고 중 66%가 연간 매출액 1억 달러 (약 1,290억 원) 미만이었고, 55%는 1,000만 달러 (약 129억 원) 이하의 소규모 기업이었다. 이들은 평균 소송 방어 비용이 320만 달러 (약 41억 3,000만 원)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 소송 방어에 R&D 지출의 약 25%를 할애해야 하는 압박을 받았다. 워싱턴주 법무장관이 소송을 제기한 사례에서 보듯, 소규모 기업들은 막대한 법률 비용을 회피하기 위해 15,000달러에서 20,000달러 (약 1,900만~2,500만 원) 수준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피고 기업의 87%가 재판 전 합의하는 현상으로 이어졌으며 , 트롤들은 특허의 법적 유효성과 무관하게 합의금을 확보하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더욱이 트롤들은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이나 인수 직전과 같은 취약한 시점에 맞춰 소송을 제기해 기업의 취약성을 최대한 악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NPE 소송 위험에 직면한 기업들은 장기적인 법적 분쟁을 줄이기 위해 외부 기술보다는 자체 기술에 더 의존하거나, 소송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기술 영역으로부터 혁신 활동을 전략적으로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진화하는 트롤 전술: 사이버 시대의 결합

 최근 트롤 전술은 단순한 법적 남용을 넘어 고도화된 기술적/금융적 회피 전략과 융합될 가능성을 보였다.

 트롤들은 소송 개시 전에 침해 여부에 대한 합리적인 조사를 수행하지 않거나, 침해 주장과 특허 소유자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악의적인 주장을 일삼았다. 

 나아가 사이버 첩보 전술과의 융합 가능성도 제기됐다. APT(Advanced Persistent Threat) 그룹인 "Operation ForumTroll"이 Google Chrome의 제로데이 취약점(CVE-2025-2783)을 악용하여 고가치 표적을 대상으로 스파이웨어를 배포한 사건은 , 지식재산권 갈취 활동이 고도의 사이버 역량을 갖춘 주체와 연계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사이버 첩보 활동은 법적 절차 없이 기업의 핵심 기밀 정보(R&D 계획, 수익 구조)를 선제적으로 획득하여 협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도록 돕는 새로운 형태의 IP 갈취 전략으로 사용될 수 있었다. 

또한 트롤들은 쉘 컴퍼니를 이용해 소유권을 은폐하듯이 , 추출한 합의금이나 로열티의 자금 출처를 숨기기 위해 암호화폐 믹서(Mixer)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트롤의 최종 수익자를 추적하기 어렵게 만들어 규제 당국의 감시와 자금 회수를 방해하는 금융 범죄 기술과의 융합 형태로 진화하고 있었다.

 글로벌 방어선: 美·EU·韓의 대응책 비교 분석

반경쟁적 트롤링에 대한 대응은 관할권마다 다른 법적 제도를 통해 진행됐다.

미국: 비용 전가와 IPR의 억제력

 미국은 전통적으로 소송 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American Rule'을 적용했기 때문에 트롤링이 번성했지만 , 2014년 Octane Fitness v. ICON Health & Fitness, Inc. 판결 이후 법원이 경솔한 소송에 대해 변호사 비용을 패소자에게 전가하기 쉬워졌다. 이로 인해 악의적인 트롤 활동에 대한 경제적 위험이 증가했다. 

 가장 강력한 억제 수단은 미국 특허심판원(PTAB)이 도입한 '당사자계 재심사(IPR)' 절차였다. IPR은 부실 특허의 유효성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검토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IPR 심결은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서 90%가 넘는 높은 확정률을 보이며 , 트롤이 주장하는 낮은 품질의 특허를 무효화하는 데 성공적인 도구로 작용했다. 또한, 워싱턴주 등 일부 주(州) 정부는 특허 남용을 단순히 IP 문제가 아닌 시장 경쟁 왜곡 및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다루는 불공정 거래 행위 소송을 제기하며 규율 기반을 확대했다.

 유럽 연합(EU): 패소자 원칙과 SEP 규제의 실패

 유럽은 전통적으로 '패소자 비용 부담 원칙(Loser Pays Costs)'을 적용해왔기 때문에 경솔한 소송 제기에 대한 경제적 위험이 높아 미국만큼 트롤링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통합 특허 법원(UPC)이 도입되면서 트롤링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기업들은 보호 서한 제출 등 방어 전략을 통해 공격에 대비했다. 

 EU는 특히 표준 필수 특허(SEP)와 관련된 홀드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안을 추진했다. 이는 크로스보더 라이선스 협상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중소기업(SME)의 협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 정치적 합의 부족으로 2025년 7월 공식 철회됐다. 이 규제안의 철회로 인해, 유럽은 SEP 관련 공격에 대한 대응을 기존의 국가별 법원 판례와 경쟁법적 방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 자금력이 부족한 유럽의 중소기업에게 불리한 상황이 지속됐다. 

대한민국: 법제 강화와 하이브리드 대응 전략

 한국 기업들은 2020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총 558건의 해외 특허 침해 소송에 피소됐으며, 대부분(507건)이 미국에서 NPE로부터 제기됐다. 전체 소송의 56%가 소 취하로 종결되었다는 사실은, 소송의 주된 목적이 침해 입증이 아니라 합의금 유도 및 압박에 있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한국은 NPE 공격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다층적인 법제 강화 전략을 채택했다. 개정 특허법은 특허 침해 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여 악의적인 트롤링에 대한 경제적 억지력을 강화했다. 또한, 특허권자가 침해 사실 및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법원에 요청할 수 있는 자료제출 명령 제도를 '서류'에서 '자료'로 확대 적용하여 침해 입증의 어려움을 해소했다.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을 통한 경쟁법적 규율도 강화했다. 개정된 심사지침은 NPE와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권을 통한 독점력 남용 행위를 규율할 기반을 마련했고 , 특히 피허락자에게 개량 기술을 배타적, 장기간, 무상으로 역실시허락(Grant-Back)하도록 강제하거나 불필요한 특허를 함께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패키지 실시허락(Package Licensing)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음을 명시했다. 한국의 이러한 특허법과 공정거래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대응 전략은 트롤 행위에 대한 법적, 경제적 이중 제재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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